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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어학연수까지...폐교위기 학교마다 파격 제안, 잘못하면 선거법 위반

중앙일보 2019.12.18 11:52
봄꽃이 핀 함양 서하초 모습. [사진 서하초 학교 홈페이지]

봄꽃이 핀 함양 서하초 모습. [사진 서하초 학교 홈페이지]

‘매년 국내·외 어학연수, 저렴한 집 제공, 학부모 일자리 연결.’

경남 함양 서하초 학생 유치 위해 국내외 어학연수까지 계획
조례 등에 근거하지 않고 지원할 경우 선거법 위반 여지 있어
중앙 선관위 "케이스별로 사전에 선관위 판단 받고 지원해야"

 
학생 수가 줄면서 폐교 위기를 겪고 있는 경남의 한 학교가 학생 유치를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제안 내용이다. 최근 들어 이 학교처럼 전국적으로 폐교위기를 겪고 있는 학교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파격 제안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조례 등에 근거하지 않고 지원을 할 경우 공직선거법 상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 중앙선관위 설명이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 덕유산 자락에 있는 서하초등학교는 지난 1931년 개교했다. 2017년에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 전교생은 14명이다. 그나마 6학년 4명이 졸업하면 내년에는 10명만 남게 된다. 2020년 신입생 또는 전입생 모집이 안 되면 사실상 폐교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서하초는 물론이고 지역사회도 발벗고 나섰다. 함양군·함양교육청·서하초 및 서하초동창회 관계자들이 모여 ‘서하초학생모심위원회(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이 위원회는 19일 서하초에서 ‘아이좋아, 아이토피아 서하만들기’라는 주제로 학교를 살리기 위한 전국 설명회도 연다.  
 
위원회는 그동안 3차례 모임을 열어 학생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 내용을 확정했다. 여기에 전교생 국내외 어학 연수, 신입 및 전학생 주거지 싸게 제공, 학부모 일자리 연결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국내외 어학연수를 위해서는 기금 1억원을 약정 행태로 확보했다. 지역 출신 기업인과 총동창회 회원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또 신입 및 전학생에게 싸게 제공할 빈집 3채도 이미 확보했다. 1년에 200만원 정도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 또 학부모들에게 우선적으로 관내 기업 및 농촌의 일자리 등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신귀자 서하초 교장은 “어학연수는 지역 출신 기업인과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집과 일자리는 위원회가 중간 연결을 하는 형태로 구상하고 있어 공직선거법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래도 사전에 그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 도교육청을 통해 선관위에 판단을 요청한 상태여서 법적 문제는 없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가 내놓은 파격제안이 조례 등에 근거하지 않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아산초등학교가 그런 사례다. 이 학교는 학생수를 늘리기 위해 타지에서 이사오는 전학생과 신입생 가족에게 집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나섰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화순군선거관리위원회가 ‘교육감이 선출직이기 때문에 관사 같은 건물을 선거구민에게 무상으로 제공(기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다.
 
아산초 전교생은 현재 27명이다. 내년이면 19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드는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당초 아산초는 교내에 쓰지 않는 옛 관사를 2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바꿔 2020학년도에 맞춰 타지에서 이사 오는 입학·전학생 가족에게 무상 임대할 계획이었는데 이것이 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112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등에 근거한 금품 제공행위는기부행위의 예외가 인정되는 만큼 조례 등 관련 규정이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거나 있더라도 행위 주체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 질 수 있는 만큼 케이스 별로 선관위에 판단을 미리 받고 난 뒤 사업을 추진하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양=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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