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바생이 수능 채점한다고?" 대입 개혁안에 들끓는 일본

중앙일보 2019.12.18 06:00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이 지난 달 1일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대학 입시용 영어 민간 시험 도입 보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이 지난 달 1일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대학 입시용 영어 민간 시험 도입 보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30년 만에 추진 중인 대학 입시 개혁안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17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가 2021년 1월부터 실시할 예정인 ‘대입 공통 테스트’의 국어와 수학 서술식 시험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현시점에서 수험생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심하고 응시할 수 있는 체제를 시급히 갖추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어·수학 서술 시험 "공정성 우려"에 연기 발표
민간 영어 시험 도입도 '불평등' 논란에 보류

당초 일본 정부는 1990년부터 시행 중인 한국의 ‘대입 수학능력시험’격인 ‘대입 센터 시험’을 내후년 1월부터 ‘대입 공통 테스트’로 바꾸고, 영어 과목을 민간 영어 시험으로 대체하는 한편 국어와 수학에는 서술식 문제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객관식 문제와 단답형 주관식으로만 이뤄진 현 센터 시험이 주입식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논리적인 사고력과 문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중 영어를 민간 시험으로 대체하는 계획에 대해 “수험생의 거주 지역이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문부과학성은 지난달 초 도입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17일 국어·수학의 서술식 시험 역시 연기되면서 새 대입 시험을 구성하는 두 핵심 요소가 모두 보류되는 상황이 됐다.
 

채점자에 학생 아르바이트도 포함? 

 
논란의 핵심은 50만 명 이상의 수험생이 응시하는 시험의 서술식 답안을 어떻게 채점하는가였다. 문부성의 계획은 대학입시센터가 문제를 내고, 민간회사인 베네세그룹 학력평가연구기구에 채점을 맡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채점에 필요한 인원만 약 1만 명에 이르고 채점단에 아르바이트 대학생 등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한 채점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또 단기간에 동일한 기준으로 채점할 수 있을 것인가와 서술형 문제의 경우 수험자들이 자신의 점수를 미리 알기 어려워 대학 지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개선안을 논의했으나, ‘교육자를 중심으로 채점단을 구성해 정밀도를 높여도 실수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도입 연기를 결정했다. 대신 각 대학의 개별 선발시험에서 서술식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줄 것을 대학에 요청할 계획이다.   
 

대입 시험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현재 일본에서 국공립 대학에 입학하려면 공통 시험인 ‘대입 센터 시험’이나 도입 예정인 ‘대입 공통 테스트’ 점수가 필요하다. 국공립대는 이 공통 시험 점수를 바탕으로 일정 배수를 선발한 후 대학별 지필고사(본고사)를 거쳐 신입생을 선발한다. 사립대의 경우 학교장 추천 전형, 입학사정관(AO) 전형, 공통 시험과 대학별 시험을 거치는 일반 전형 등으로 세분돼 있다.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산업 및 고용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에 입시 제도를 비롯해 고교·대학 교육까지 한꺼번에 뜯어고치는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을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 중심이 되는 입시 개혁안에 초반부터 차질이 생기면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NHK는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