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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잦은 군부대 학교…"방과후수업 덕에 친구 늘었어요"

중앙일보 2019.12.18 05:00
대전 자운초 배구 동아리의 응원 모습. 자운초 방과후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배구 동아리는 배구협회의 전문 코치가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대전 자운초 제공]

대전 자운초 배구 동아리의 응원 모습. 자운초 방과후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배구 동아리는 배구협회의 전문 코치가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대전 자운초 제공]

초등학생 3·5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류인영(42·대전 유성구)씨는 사교육비로 쓰는 돈이 전혀 없다. 두 아이 모두 학교가 주관하는 방과후수업으로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고 '세계문화체험' 같은 강의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제11회 방과후학교대상 받는 대전 자운초
전교생 1과목 이상 참여… 만족도 94%
수영·목공·코딩 등 무료…사교육비 절감
1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 시상식
전북 완주군청 등 47편 본상 받아

 
류씨가 가장 만족하는 방과후수업은 영어다. 수준별로 12개 강좌가 주 5일 진행된다. 그는 "두 아이의 레벨이 달라 두 수업 모두 참관했는데, 교사의 발음도 수준급이고 회화·문법 등 수업 내용도 알차다"면서 "사교육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큰딸 정다영 양은 방과후수업을 통해 워드·파워포인트·엑셀 등 컴퓨터 자격증도 여러 개 땄다. 둘째 진영 군도 워드프로세스 반에 등록했다 류씨는 "학교 방과후수업에서 자격증 대비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고 성취감도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류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대전 유성구의 자운초등학교다. 군부대인 자운대 안에 위치해 자운초 전교생 655명 모두 군인 자녀다. 강운정 자운초 교사는 "군인들은 근무지 이동이 잦아 학생들의 전학률이 높은 편이고, 우즈베키스탄·콜롬비아 등 외국인 장교의 자녀들도 매년 15~30명 정도 입학한다"고 설명했다.
 
자운초는 방과후수업을 통해 학생에게 공동체 의식과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강 교사는 "한국 아이들과 외국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체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방과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자운초의 방과후수업은 총 31개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지역사회의 전문가가 재능기부를 하거나 전문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많다. 수영·목공·코딩 등 14개 수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자운초 전교생은 최소한 하나 이상의 방과후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예체능 수업에 흥미와 만족감을 보였다. 방과후수업을 통해 우쿨렐레를 배웠다는 윤기원(5학년) 양은 "2년 정도 수업을 들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연주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면서 "잘 안되는 부분은 선생님이 따로 가르쳐주니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배구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박은서(5학년) 양은 "배구를 하면서 친구를 정말 많이 사귀었다"고 말했다. 박양은 "원래 체육을 잘 못 하고 자신감이 없었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배우니 쉽고 재미있다"면서 "매일 배구 시간이 기다려지고, 다른 운동도 더 배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도 방과후수업의 기여도가 크다. 강 교사는 "자운초 재학 중에 대다수 외국인 학생의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금상을 받는 등 한국어 실력이 급성장한 경우가 많다"면서 "또래 아이들과 운동이나 체험학습 등을 통해 어울려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과후수업에 대한 학교의 지원도 상당하다. 부장교사 1명, 교사 2명, 실무 직원 1명, 돌봄 전담사 2명 등 방과후수업 담당자로만 6명을 배치했다. 방과후수업을 위한 전용교실도 8개나 된다.  
 
이같은 지원은 학생 만족도로 연결됐다. 자운초의 올해 방과후수업 만족도는 94%에 이른다. 무료 수업을 제외하고 학생들이 수업료를 지불하는 프로그램 참여율도 132%(중복 참여)로 나타났다.

 
자운초는 18일 제11회 방과후학교대상에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삼성꿈장학재단·중앙일보가 공동주관하는 행사로,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학교·교사·지역사회의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확산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대전 자운초에는 매년 외국인 장교 자녀가 15~30명씩 입학한다. 이들을 위한 한국어, 한국문화 프로그램도 방과후수업으로 운영한다. [대전 자운초 제공]

대전 자운초에는 매년 외국인 장교 자녀가 15~30명씩 입학한다. 이들을 위한 한국어, 한국문화 프로그램도 방과후수업으로 운영한다. [대전 자운초 제공]

 
올해는 학교, 교사·강사, 지역사회협력 등 총 3개 부문에 172편이 응모했고 47편이 본상을 수상했다. 교사 부문에서는 이용식 충북 단양소백산중 교사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교사는 7년간 방과후학교 업무를 담당하며, 내실있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이로 인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만족도와 학생 참여율이 높아졌고, 신입생과 전입생 수도 증가했다.  
 
지역사회협력 부문 최우수상은 전북 완주군청에 돌아갔다. 완주군청은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라는 조직을 만들어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방과후학교 지원체계를 구축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방과후학교대상 시상식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 김원배 중앙일보 사회디렉터가 시상자로 참석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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