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용석 '김건모 성폭행' 폭로 방식 문제있다···2차 피해 우려"

중앙일보 2019.12.18 05:00
가수 김건모(왼쪽)와 강용석 변호사. [사진 SBS, 연합뉴스]

가수 김건모(왼쪽)와 강용석 변호사. [사진 SBS, 연합뉴스]

가수 김건모(51)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강용석(50‧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의 사건 처리 방식이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폭력 관련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은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대가를 운운하는 방식은 법정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지난 6일부터 유튜브 방송을 통해 피해 여성이 일하는 유흥업소 건물 사진과 내부 구조도, 피해 상황 등을 공개했다. 지난 9일에는 피해자를 대신해 김건모를 강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1998년 대기업에 입사했다 사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해 승소한 뒤 법률사무소를 직접 차린 이은의 변호사는 “방송이나 고소 당시 기자회견에서 사건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외부에 공개하면 주변을 통해 2차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원도 성폭행 사건의 경우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증인을 법원 내부 비공개 통로로 이동시키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에서도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2차 항소심에서 비공개 통로로 법정에 들어왔고, 재판장에도 일반 시민과 취재진이 들어가지 못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16일 신변보호 심사위원회를 열고 김건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에 대해 신변보호 조치를 하기로 했다. 신변 보호조치가 결정되면 경찰은 주거지를 순찰하고 긴급 신고가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대여한다. 경우에 따라 임시 숙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강 변호사가 방송에서 유흥업소 비용 구조를 언급하며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라 강간죄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정세 변호사(법무법인 재현)은 “성폭력 사건에서는 의사에 반하는지나 강압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돈을 받지 않았느냐’ ‘왜 곧바로 저항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다움을 억지로 강요하는 요소는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추진한 이른바 미투 관련 성희롱‧성폭력 대책 법안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추진한 이른바 미투 관련 성희롱‧성폭력 대책 법안

 유흥업소 종사자가 피해를 입은 성폭행 사건은 2005년 김영란 당시 대법관이 1‧2심 무죄가 나왔던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유리한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대법관은 노래방 도우미였던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가해자 폭행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흥업소 종사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수사 단계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까다롭게 보기 때문에 기소로 이어지기 어려운 게 여전한 현실이라고 한다. 이은의 변호사는 “노래방‧키스방‧토크방 등 온갖 유흥업소에서 종사했던 피해자는 수사기관이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며 “휴대전화 위치와 트위터 알림 등까지 샅샅이 조사해 진술의 신빙성을 더욱 깐깐히 보다보니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전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직접 증거가 없어도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재판에서 인정되는 경향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찰 조사와 검찰 수사 단계 등 길게는 1년 넘게 걸리는 시간 동안 피해자의 증언이 일관돼야 한다.
 
 2018년 4월 권순일 대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만든 시점을 계기로 1·2심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없이 대법원 판례에 의존해 쉽게 인정한다는 우려도 있다.
 
 법무법인 영진의 이장주 변호사(53‧사법연수원 33기)는 “법원도 피해자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가해자의 태도, 또 다른 물적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남녀의 성 문제를 넘어서 평등과 인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성폭력 관련 사건 전문 변호사의 지적에 대해 강 변호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법무법인을 통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강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피해 여성이 최근 김건모가 방송과 결혼 소식으로 계속 화제에 오르자 불편함을 호소하며 먼저 제보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이라 증거가 부족해 수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강 변호사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