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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초강력 부동산 규제…‘집값과 표심’ 계산 분주한 여야

중앙일보 2019.12.18 05:00
정부의 ‘12ㆍ16 부동산대책’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치권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째 대책이긴 하지만,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 남긴 시점이다 보니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세와 대출제한, 규제지역 확대 등이 총망라된 충격 요법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①집값과 선거…미묘한 상관관계

17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뉴스1]

17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뉴스1]

우선 정부ㆍ여당 입장에서는 부동산대책 이전에 급등하는 집값이 선거에 부담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사례를 보면 실제 집값 급등은 집권 여당 선거에 악재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2006년 1월 58.6이었던 ‘수도권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한국감정원)는 6월까지 61.9로 비교적 완만하게 상승했다. 그러다 하반기 들어 65.5(9월), 74.2(12월)로 급등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역시 63%에서 79%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06년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대책을 연달아 내놨지만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8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은 과반을 훌쩍 넘는 153석을 확보했고 친박연대도 14석을 거뒀다. 집값을 잡을 목적으로 당시 처음 도입된 종합부동산세 역시 이른바 ‘종부세 폭탄’ 논란을 일으키며 여권에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②“1주택 서민ㆍ중산층 향한 벌금”…야당 공격포인트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진단토론회에서 한국당 박성중, 조경태, 김현아 의원 등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진단토론회에서 한국당 박성중, 조경태, 김현아 의원 등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정부 대책이 나온 이튿날 비판 강도를 더욱 높였다.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정책”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게 이번 대책을 비판하는 야당의 일반론이다. 17일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총선 표에 도움이 된다면 사유재산을 아무렇지 않게 다뤄도 좋다는 것으로 반시장적이다. 전형적인 보여주기 쇼”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특히 증세 논란에 주목하고 있다. 17일 정부가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공시가를 대폭 올리겠다”며 ‘공시가 현실화 방안’을 내놓은 뒤 이런 분위기는 더 강해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건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공시가격이 현실화한다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국민을 속여 실제 서민 부담은 적다고 호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집값을 폭등시켜놓고 책임은 국민에게 지라는 것인가. 집 가진 것이 죄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공시가 대폭 인상 예고가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시가를 대폭 인상할 경우 종부세 대상이 아닌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 역시 커지게 되는데, 지난달 서울아파트 중위가격(8억8014만원, KB국민은행)이 정부가 공시가 대폭 인상 기준인 9억원에 이미 육박하고 있어서다. 
 

③여론 살피는 여당 “조세 저항 걱정“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도 여론 동향을 면밀하게 살피는 분위기다. 사실상 서울 전 지역이 정부의 규제와 증세 사정권에 들어가면서다. 총선을 코앞에 둔 서울 일부 지역의 현역 의원, 출마 준비자 등이 특히 그렇다. 다만 “(집값) 상황이 심각하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 일단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하지만 증세에 대해서는 표심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서울 출마를 준비 중인 한 민주당 인사는 “세금 부담이 커지면 당연히 납세자들이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인 입장에서도 당연히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세 저항을 줄이면서 부동산 가격도 안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출마를 준비 중인 또 다른 인사는 “세금 때문에 불만 있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정책을 안 하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텐데 어쩌겠느냐”고 했다.
 
한편, 이번 부동산 대책에는 종부세 세율 인상 등 국회를 거쳐야 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 역시 법안 통과를 주도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한영익ㆍ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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