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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긍정적 변화” 대통령 인식 동의하기 어렵다

중앙일보 2019.12.18 00:25 종합 34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공감하기 힘든 경제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그저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 우리 경제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 변화의 근거로는 고용지표 개선, 가계소득 및 분배 개선, 유니콘 기업 증가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현재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기조를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고용·소득격차 지표 일부 호전에도
자화자찬하기엔 실상은 외화내빈

대통령의 이런 경제 인식은 과연 옳은가. 최근 일부 지표가 호전을 보인 것은 맞는다. 고용 동향은 넉 달 연속 취업자 30만 명 이상 증가세를 보였고, 고용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외화내빈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늘어났지만, 30대와 40대는 줄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상황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제조업 분야 취업자 수도 2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고용의 질은 악화일로다. 정부는 재정을 풀어 노인 및 단기 일자리만 늘려놓고 이를 ‘고용 개선’이라 자화자찬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너무 익숙해진 화법이다.
 
소득 격차가 줄어든다는 지표도 성과라고 하기엔 민망하다. 통계청은 어제 “지난해 상·하위 소득 격차가 201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춰 기획재정부는 “정부 정책에 따른 분배 개선 효과”라며 자찬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투성이다. 최하위층(1분위)의 소득이 늘어난 것은 일자리 증가 때문이 아니라 공적 이전소득, 즉 정부 지원 덕분이었다. 반면에 최상위층 소득이 주춤한 것은 불황으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민간 활력 제고가 아니라 경기 악화 및 나랏돈 풀기가 소득 격차 완화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경제 실정론을 의식해서인지 청와대는 한동안 ‘소득주도 성장’이란 단어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일부 지표가 호전되는 듯하자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3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일부 소득 분배 개선 신호가 보이자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고질 수준의 아전인수라 할 만하다. 그러면서 경제 실정 비판 목소리에는 ‘낡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프레임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다.
 
현실감 떨어진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이미 여러 차례 비판과 실망의 대상이 됐다. 아무리 경제 주체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발언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도를 지나친 공감 능력 결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은 안정됐다”는 말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군사작전 펼치듯 18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것이 단적인 예다. 현장과 유리된 인식은 정책의 신뢰성과 효과마저 떨어뜨린다. 혹여 일방적 자료와 설명으로 대통령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청와대 참모들이 있다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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