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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여학생이 지구를 구한다

중앙일보 2019.12.18 00:14 종합 35면 지면보기
이소아 산업2팀 기자

이소아 산업2팀 기자

수많은 사회운동 가운데 유독 어린 여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환경이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되려 하는데 당신들은 돈과 경제 성장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지난 9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각국 정상들을 향해 호통을 친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대표적이다. 그녀의 언행을 놓고 논란도 있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강력하다. 태국의 환경운동가 레일린 릴리 사티타나산(12)은 플라스틱 반대를 외친다. 릴리는 “어두운 미래가 이미 다가온 것 같다. 인류마저 사라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동물학자가 꿈인 한국의 김유진(17) 학생은 “내 꿈이 사라질 위기”라며 ‘청소년 기후행동’ 모임을 이끌고 있다.
 
기성세대의 인생에서 환경보호는 권장사항이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출생자에겐 상황이 다르다. 태어나보니 세상은 오염되고 변형돼 있었다. 이제 막 지구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맑은 물과 공기는 희소해지고 태풍·홍수·가뭄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과 살인적인 스모그, 미세먼지에 안전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최근 과학잡지 ‘네이처’는 “빙하가 빠르게 녹고 아마존 우림의 17%가 사라졌다. 기후 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이미 지났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경고가 기성세대에겐 ‘걱정되네’ 정도지만 어린 세대에겐 생명과 미래를 위협하는 극도의 절박함으로 다가온다. 청소년의 성별이 중요하진 않다. 다만 감수성과 공감력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나이에, 소년보다 일찍 철이 들어 뚜렷하게 자기 의견을 펼치는,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신체로 태어난, 무엇보다 어른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들이 ‘자연을 지켜달라’고 하는 외침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와 닿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소아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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