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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은마아파트 보유세 1채면 630만원, 2채면 6559만원

중앙일보 2019.12.18 00:06 종합 2면 지면보기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내년에 보유세로 6500만원을 낼 수도 있다고요? 너무 황당하네요.” 서울 서초구의 공인중개사 A씨가 17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내년 고가주택 ‘보유세 폭탄’ 현실화
마포 84㎡는 369만원…50% 올라
시세 23억이면 공시가 17억 예상
“기습작전하듯 연이틀 규제 쏟아
국민 사유재산 갖고 이래도 되나”

그는 “기습작전을 하듯이 이틀 연속 엄청난 규제가 쏟아지는데 국가가 국민의 사유재산을 갖고 이래도 되는 거냐”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6일 고강도 대출규제를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이어 17일 아파트 공시가격의 대폭 인상 계획이 발표된 데 대한 하소연이다. A씨는 강남권에서 아파트 두 채를 가진 다주택자이기도 하다.
  
다주택 보유세 1년새 100% 이상 늘 수도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내년부터 다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이 현실화된다. 서울 강남권에서 20억원대 아파트를 두 채 이상 갖고 있다면 내년에 내야 하는 보유세가 올해보다 10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1주택자라도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보유했다면 해마다 최대 50%까지 보유세가 인상될 수 있다. 정부가 보유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B씨가 서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한 채를 갖고 있다면 내년에 보유세로 629만7000원을 내야 한다. 올해보다 50% 오른 금액이다.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과 세율 변동을 고려해 시뮬레이션(모의계산)한 결과다. 이 아파트의 시세를 23억5000만원(올해 33.5% 상승)으로 가정하고 내년 공시가격을 17억6300만원(53% 인상, 시세의 75% 적용)까지 올리는 것을 전제로 계산했다.
 
인근의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 시세 29억1000만원 가정) 한 채를 가진 사람도 올해보다 50% 오른 1042만9000원을 내년에 보유세로 내야 한다. B씨가 양쪽 단지의 아파트를 한 채씩 보유한 2주택자라면 내년 보유세는 6558만6000원으로 올해보다 115.2% 증가한다.
 
내년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내년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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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개포주공1단지(전용 50㎡, 시세 21억6000만원 가정) 아파트까지 보유해 3주택자인 C씨가 있다면 내년 보유세 부담은 1억원을 넘어선다. 올해보다 93% 증가한 금액이다. C씨가 보유한 아파트 세 채의 공시가격 총액을 55억500만원으로 올해보다 45% 올리는 점을 가정해 국토부가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권의 인기 지역에서도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예컨대 서울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 시세 16억원 가정) 한 채를 가진 D씨가 내년에 내야 하는 보유세는 368만7000원으로 올해보다 50% 오른다. 만일 D씨가 강남권 아파트를 한 채 더 갖고 있다면 내년 보유세는 100% 가까이 오를 수 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 시세 34억원 가정)를 한 채씩 보유한 2주택자는 내년 보유세가 7480만2000원으로 올해보다 96% 인상된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17일)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송파구의 김병성 공인중개사는 “매물을 내놨던 분들도 크게 당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과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인 E씨는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나빠지고 ‘세금폭탄’을 떠안게 됐다”며 “부자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건 이해하지만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은 보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 매수를 알아보던 수요자들은 한발 물러났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강모(36)씨는 “서울 강서구에 아파트를 계약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부 대책이 쏟아지는 걸 보고 일단 지켜보기로 계획을 틀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며 지켜보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엔 하루종일 대출 문의전화 빗발
 
아파트를 사겠다고 계약한 뒤 잔금 대출을 기다리고 있는 매수자들도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17일부터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는 등 초강력 대출규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매수자들은 “대출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경우도 많다. 강남구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루 종일 대출 문의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건설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확대되면서 수도권 정비사업의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지방에선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많은 건설사가 내년도 사업 계획을 보수적으로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의 원종훈 세무팀장은 “수도권 조정대상지역에서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매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6월 말까지 열어준 ‘퇴로’를 고려해서다. 정부는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파는 경우 양도세 중과(2주택자 10%포인트, 3주택자 20%포인트)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염지현·김민중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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