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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내부 “예상못한 판결” 50년 ‘무노조 경영’ 변화 불가피

중앙일보 2019.12.18 00:05 종합 6면 지면보기
삼성전자 이상훈(64)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임원 4명이 17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법정구속되자 삼성전자는 대외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삼성 내부에선 “지난 에버랜드 노조 사건 때에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구속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당황스럽다” “그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과 압수 수색을 받았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니 예상치 못한 결과다” 등의 얘기가 나왔다.
 

연말 정기인사 연기 가능성 커져

이사회 의장의 구속으로 삼성이 당초 계획했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의 미래전략실 대신 상법에 명시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의사결정 구조(거버넌스)의 변화를 꾀해 왔다.
 
1969년 창립 이후 50년간 비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해 온 삼성전자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에버랜드에 이어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에도 삼성그룹의 ‘조직적 노조 와해’가 있었다고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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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 이미 4개의 노조가 있다. 하지만 그중 3개는 모두 합쳐도 조합원 수가 수십 명에 불과해 존재감이 미미하다. 지난달에 설립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사실상 삼성전자의 첫 노조로 분류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무노조·비노조를 고수한 데에는 ‘직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급여·복지·근로 환경 수준을 업계 최고로 만들어주자’는 경영 철학이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판결로 그런 방침이 오해의 소지를 넘어 불법이 됐으니 노사 관계도 변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 내 노조 규모가 확대되면 경영에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상생 추세에 맞춰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이미 늦어진 삼성의 연말 정기인사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판결로 삼성의 신뢰도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는 “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데 COB(Chairman Of the Board, 이사회의장)가 구속됐다는 것은 해외 투자자나 파트너들에겐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김영민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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