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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해 혐의 이상훈 법정구속, 삼성 이사회 중심 경영 차질

중앙일보 2019.12.18 00:05 종합 6면 지면보기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유영근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상훈(64)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63)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기소된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이 중 이 회장 등 7명을 법정구속했다.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1심
32명 중 26명 유죄, 7명 법정구속
재판부 “구속은 가슴아픈 일
증거 명백해 눈감아 줄 수 없어”

이번 판단은 2013년 첫 검찰 수사 이후 6년 만에 나온 것이다. 이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고 강 부사장은 이 의장과 노사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미래전략실 소속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이른바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와해 전략을 세웠다. 삼성 임직원들은 협력업체를 동원, 노조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한 뒤 노조를 탈퇴하도록 회유했다.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의 폐업을 유도하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기도 했다.
 
이상훈. [연합뉴스]

이상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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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노조 탄압에 반발해 목숨을 끊은 당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양산센터 분회장 염호석(34)씨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염씨 아버지에게 6억원을 건넸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총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이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노조 와해 전략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의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된 것으로 보고 삼성그룹의 고위 임직원부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전직 사장,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직원까지 무려 30명을 기소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도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가 실형이 선고된 7명을 법정 구속한다고 밝히자 해당 임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정면을 응시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몸을 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와 항소심에서의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의 우려를 감안했을 때 법정구속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이유는 피고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한 뒤 피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주문했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의장에게 “본인이 실제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증거가 너무 명백해 재판부가 모두 눈감아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강 부사장에게는 “노조 와해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과 다른 사건에서도 실형이 선고된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지난 13일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재판에서 이미 징역 1년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피고인들의 법정 구속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3일의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선고에서는 강 부사장이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되지 않아 이사회 의장 법정 구속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에 참석했던 한 노조원은 “이제야 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다. 이제 삼성이 법 위에 있다는 소리가 안 나올 것”이라고 외치다 제재를 받았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 파괴가 법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법정형을 상향하기 위한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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