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박 정부 ‘4차혁명’ 말만 바꾼 AI 국가전략

중앙일보 2019.12.18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하선영 산업2팀 기자

하선영 산업2팀 기자

“2030년까지 인공지능(AI)을 통해 455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겠다.”(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460조→455조 경제효과만 달라
기존 정책들 모아 재탕한 모양새
범정부 협업체계도 잘될지 의문

17일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은 3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해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정부도 AI 발전으로 인한 산업·고용·생활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정부 전략을 55페이지 분량의 문서로 발표했다. 이번 정부가 같은 분량의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AI에 따른 경제 효과를 455조 원으로 예측했다면, 당시 정부는 460조 원으로 추정한 게 다를 뿐이다.
 
이날 공개한 AI 대책을 보면 주무 부처인 과기부를 필두로 정책 관련성이 낮은 해양수산부·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까지 참여한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각 정부부처에서 진행하고 있는 AI 관련 정책들을 끌어모은 모양새일 뿐이다.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개발’ 등 기존에 발표했던 내용이 보고서에 다시 담겼다. 차라리 일본 정부가 3월 발표한 ‘소사이어티 5.0’ 대책처럼 AI 발전으로 인한 실업자, 사회 안전망 대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보고서에는 이 같은 대책이 말미에 짧게 언급돼있을 뿐이다.
 
범정부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현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AI의 범국가 위원회로 재정립해 전략 이행을 위한 범정부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관 합동으로 세워진 4차위가 갑자기 정부 정책을 성실히 수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니 뜬금없는 조처다. 4차위 관계자에게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들은 바 있냐 물었더니 부인하며 “과기부에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4차위가 지난 10월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보면 정부 부처 간 그리고 정부와 민간 영역과의 협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드러난다. 권고안은 “칸막이를 두고 부처 간 경쟁하는 정부 구조의 한계로 인해 부처 간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공직자들은 혁신을 추진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으며, 오히려 추후 문제가 발생할 우려 때문에 혁신을 주저하게 된다”고 꼬집는다. AI 범정부 대책을 정부가 과연 얼마나 소화할 수 있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정부 정책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화려한 숫자나 그래픽보다는 그간 시행해온 4차 산업혁명, AI 관련 대책 중 어떤 것이 성공적이었고, 또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하선영 산업 2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