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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편의점 1위 왜 17년 만에 뒤집혔나

중앙일보 2019.12.17 13:52

2020년 생존경쟁 대비하는 편의점 업계

 
국내 편의점 업계 순위가 17년만에 뒤집혔다. 사진은 국내 편의점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 [중앙포토]

국내 편의점 업계 순위가 17년만에 뒤집혔다. 사진은 국내 편의점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 [중앙포토]

 

[뉴스분석]

매장 수 기준 국내 편의점 업계 순위가 17년 만에 뒤집혔다. 각종 제도 변경 이후 생존력을 판가름할 2020년을 앞두고 국내 편의점 업계가 서로 다른 전략을 세운 결과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 11월 말 기준 매장 개수가 1만3899개를 기록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편의점 씨유(CU)의 간판을 건 편의점 개수(1만3820개)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달 CU 편의점이 651개 순증하는 동안 GS25는 792개 매장을 늘린 덕분이다.
 
이와 함께 점포를 1만개 이상 확보한 편의점 브랜드가 3개로 늘었다. 국내 3위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매장 수가 1만5개를 기록했다. 1989년 5월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세븐일레븐이 점포 수를 1만개 이상으로 늘린 건 30년 만에 처음이다. 편의점업계 4위 이마트 24 역시 출점 속도가 빠르다. 같은 기간 731개 매장을 늘렸다(3707개→4438개).
 

출점규제·최저임금인상·일자리감소

 
GS25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최다 매장을 갖춘 편의점이 됐다. [사진 GS리테일]

GS25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최다 매장을 갖춘 편의점이 됐다. [사진 GS리테일]

 
이처럼 매장 수 순위에 변동이 생긴 건 편의점 업계가 내년 일대 전쟁을 앞두고 있어서다. 편의점 업계는 각종 제도 변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담배 판매 소매점 간 거리를 기준으로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을 체결했다. 50m(농촌)~100m(도시) 이내에서 담배 소매점이 있을 경우 신규 편의점을 개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후 국내 4개 편의점 순증 점포 수(1905개·1~9월 누적)는 지난해 같은 기간(2229개) 대비 17% 감소했다.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의 특성상 대부분의 점주는 최저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2017년 6470원이었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내년 8590원으로 상승한다(32.8%↑).
 
씨유(CU)는 매장 전경. [중앙포토]

씨유(CU)는 매장 전경. [중앙포토]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점포당 편의점 일자리 개수(5.0명)는 2017년 대비 0.8명 감소했다. 특히 점포당 정규직 일자리(1.1명)는 전년(2.3명) 대비 1.2명 감소했다. 지난해 편의점 개수(3만8451개)를 고려하면 약 4만2000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은 편의점 업계의 생존을 판가름할 중요한 기로다. 각종 제도 변화 이후 처음 맞이하는 대규모 가맹 재계약의 해라서다.  

 
편의점은 통상 본사와 5년을 기준으로 가맹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편의점 가맹계약이 급증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2020년부터 재계약하는 점포가 상당히 늘어난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가맹계약을 갱신하는 점포 수는 3000여개에 달한다.
 
무인편의점인 이마트24 nc타워점에서 25일 한 방문객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무인편의점인 이마트24 nc타워점에서 25일 한 방문객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3000개 점포 재계약 앞두고 전략 엇갈려

 
편의점 CU에서 월드컵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CU]

편의점 CU에서 월드컵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CU]

 
이런 상황에 대비해 CU는 조직 안정을 다지고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내놨다. 지난달 1일 시행한 연말 인사도 부서별 역할을 조정하는 선에서 조직 개편을 최소화했다. 대신 점포당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CU의 점포당 평균 매출(5억9312만원)은 GS25(6억7202만원) 대비 11.7% 낮은 수준이다. CU가 점주 복지 혜택을 강화하는 등 이른바 ‘집토끼’를 잡는 전략을 세운 배경이다.
 
2020년 GS25 매장 수백개의 계약이 만료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GS리테일이 지하철 7호선과 체결한 매점 사업권(25개)과 해군과 체결한 군 마트 운영 사업권(260개)은 2020년까지다. 300여개의 매장이 매물로 나온다는 뜻이다.  
 
뉴서울CC 골프장에 있는 GS25 편의점에서 이용객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 GS리테일]

뉴서울CC 골프장에 있는 GS25 편의점에서 이용객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 GS리테일]

 
대형 계약 만료를 잇달아 앞둔 GS25는 일단 외형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GS25는 매출액·영업이익이 편의점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쟁력을 이미 확보했다고 자부하는 만큼 매장을 늘리기만 하면 그만큼 수익성도 따라온다는 계산이다.  
 
조직도 상대적으로 과감하게 개편했다. GS프레시(구 GS슈퍼마켓)·랄라블라 등 다른 브랜드를 GS25와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 총괄 조직(플랫폼비즈니스유닛)을 신설했다. 이 조직을 총괄하는 인물이 현재 편의점 사업부를 담당하는 조윤성 사장이다. 또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조직(신사업추진실)도 설립했다.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사진 코리아세븐]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사진 코리아세븐]

 
편의점 업계 ‘빅2’를 뒤쫓는 세븐일레븐도 전열을 가다듬었다. 세븐일레븐은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지 10년 만인 내년 1월 바이더웨이와 합병한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20여개 바이더웨이 매장이 세븐일레븐으로 모두 전환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이마트 24도 내년 재계약 시장에 나오는 점포를 공략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편의점 사업의 특성상 수익성을 강화하려면 일정 수 이상의 가맹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이마트 24 적자 규모(179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줄어들었다(1~3분기 누적 기준). 앞으로 매장 560여개를 추가로 확보하면 손익 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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