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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에 예산권 부여하자, 제설특공대 만들고 마을카페도 세웠다

중앙일보 2019.12.17 00:04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 천호3동 주민자치회에서 주민들이 형광색 용지를 들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 천호3동 주민자치회에서 주민들이 형광색 용지를 들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서울시]

요즘 서울 강동구 천호3동 주민자치회에서는 이 동네 천동초등학교 앞에 있는 육교 철거 문제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인도가 좁고, 계단이 높아 다니기 불편한 데다 눈·비가 내리면 가끔 낙상사고가 발생해서다. 그렇다고 철거하자니 차량 정체가 우려된다.
 

139개 동서 ‘서울형 자치회’ 시동

주민자치회는 단순한 찬반 의견보다는 보행 편의, 학교 앞 교통안전 등 종합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곽광미(52·여) 천호3동 동(洞)자치지원관은 “‘내가 사는 마을의 현안을 내가 결정한다’는 자부심에서 주민 호응이 높다”며 “지난해 자치회원 50명을 모집했는데 90여 명이 지원해 공개 추첨을 했다”고 소개했다.
 
동네 주민이 스스로 지역 이슈를 발굴, 논의를 통해 해결하는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본격 시행 채비를 갖췄다. 서울시는 23개 구, 139개 동에서 주민자치회 구성을 추진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자치회는 동마다 연령·성별을 고려해 50명 이내로 구성되며, 예산권과 정책 결정권을 가진다. 서울시는 각 구청과 함께 주민자치회를 처음 시작하는 각 동에 ‘도우미’ 역할을 하는 동자치지원관을 일정 기간 지원한다.
 
동네 사업이다 보니 동네마다 뚜렷한 특색이 있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이 많은 구로구 오류1동에선 ‘제설특공대’가 구성됐다. 박승준(58) 오류1동 지원관은 “주민 53명으로 비상대기조를 짰다. 올해도 출근길 낙상사고가 한 건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천구 시흥4동에선 자치회가 ‘꽃밭 가꾸기’로 동네 현안을 풀었다. 이곳에선 2016년 숙원이었던 한울중학교를 유치했으나 일부 주민들이 소음과 불량 청소년, 사생활 침해 등 민원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박정숙(59·여) 시흥4동 자치회 부회장은 “학교 인근 골목과 담장에 화단을 조성하면서 오해가 상당 부분 씻겼다. 이후 교내에서 ‘새재미마을축제’를 열고, 마을카페를 열어 기부금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서울의 모든 동(424곳)으로 자치회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단위의 주민관계망을 보다 촘촘히 하면서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찾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 지원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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