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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가는 문화재’ 빈틈 없는 관리, 최첨단 3D 기술로

중앙일보 2019.12.17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서울 소공동의 환구단 터 황궁우 앞에 모인 김재준(18학번)·조유진(17학번)·김부한(16학번)씨(왼쪽부터).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을 전공 중인 직장인 대학생들이다. 강정현 기자

서울 소공동의 환구단 터 황궁우 앞에 모인 김재준(18학번)·조유진(17학번)·김부한(16학번)씨(왼쪽부터). 한양사이버대 디지털건축도시공학을 전공 중인 직장인 대학생들이다. 강정현 기자

“문화재 건축물은 역사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잖아요. 있는 그대로 보존하되 현대 최신 기술과 접목하면 유실 예방 차원에서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단 걸 보여주고 싶었죠.”
 

한양사이버대 직장인 학생 3인
‘황궁우’ 건축정보모델 구현해
BIM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지난달 열린 한국 BIM학회 주최 ‘2019 한국BIM 경진대회’에서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BIM을 활용한 문화재 유지관리 효율화 방안’으로 최우수상을 탄 김부한(48)씨 등 ‘늦깎이 대학생’ 3명의 소감이다.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들은 이번 경진대회에 ‘엔지니어스 레이저빔’이라는 팀으로 출전해 대상에 이어 2위를 했다. 팀장 격인 16학번 김씨 외에 17학번 조유진(34)씨, 18학번 김재준(50)씨 등 모두가 30~50대 현직 직장인들로 바쁜 틈을 쪼개 사이버대학에 편입학했다.
 
BIM(빔)이란 건축정보모델(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영문 약자다. 그간 2차원(2D)으로 구현되던 평면 설계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3차원(3D)으로 모델링, 가상현실로 구현함으로써 실제처럼 재현해 내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을 통해 설계 및 공사관리를 사전 체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대비할 수 있고, 공사비 절감 및 공기 단축 효과도 있다.
 
김 팀장 등 3명은 이 BIM을 문화재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로젝트 샘플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옆 환구단(圜丘壇) 터에 남아있는 황궁우를 선정했다. 환구단은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 선포를 위해 건축한 상징적 장소이지만 1914년 일제에 의해 철거됐고 현재는 부속건축물인 삼문과 황궁우만 남아있다. 서울시에서 매년 2~3차례 육안 점검을 토대로 유지 보수를 위한 예산을 신청하고 집행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후관리’에 그치는 문제가 있다.
 
“문화재가 낡고 부서질 즈음에야 보수가 시작되는데다 담당 공무원이 인사 이동하면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문화재의 부재(부속재)와 설계 방식에 대한 데이터를 미리 구축해 놓으면 방대한 실측보고서를 다시 뒤지는 수고도 덜 수 있고요.”(조유진)
 
이들은 1단계 역설계를 시작으로 마지막 코비시스템까지 총 7단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먼저 황궁우 내·외부를 꼼꼼히 스캐닝했다. 트림블사의 TX8이라는 모델을 적용한 스캔 결과는 오차가 0.67㎜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다. 기존 실측도면과 스캐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D 도면을 설계하고 이를 컬러 3D로 구현했다. 특히 총 800쪽에 이르는 실측조사 및 해체수리 보고서를 꼼꼼히 뜯어보고 108개의 부재리스트와 부재 일람표를 만들었다. 기와, 기둥, 바닥돌, 창문, 걸쇠고리. 계단 기단석 등 부재를 분류하고 개별 정보를 입력하는 데만 일주일 넘게 걸렸다.
 
“낮에는 직장 다니고, 밤엔 학업을 병행하고 주말엔 이 프로젝트를 하느라 지난 석달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김재준)는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를 통해 완성된 최종 시스템에 공무원이 접속하기만 하면 문화재의 부재별 위치와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엔지니어스 레이저빔 팀의 프로젝트는 이를 현존하는 실제 문화재에 적용해 역설계와 BIM을 결합시킨 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각각 디지털정보업체와 건축사무소 등에서 일하는 이들 3명은 학과 공부와 별개로 매주 토요일 BIM 전문가 과정도 수강하며 ‘열공’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건축·도시 시장도 휙휙 변하고 있어요. 늦은 나이에 건축에 입문했지만 BIM을 접목한 실무로 경쟁력을 키우려고요. 문화재 첨단 관리에 대한 관심도 계속 갖겠습니다.”(김부한)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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