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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잉 캡틴’ 우즈, 대역전 이끌다

중앙일보 2019.12.1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미국 팀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는 우즈. 대회에서 처음 캡틴을 맡은 우즈는 미국 팀이 초반 뒤지다 역전승하자 울먹였다. [EPA=연합뉴스]

미국 팀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는 우즈. 대회에서 처음 캡틴을 맡은 우즈는 미국 팀이 초반 뒤지다 역전승하자 울먹였다. [EPA=연합뉴스]

타이거 우즈(44·미국)는 목멘 소리로 “모든 선수가 함께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으려고 애쓰는 듯도 했다. 우즈는 눈물을 부인했지만 팀 동료인 스티브 스트리커가 "그건 사실이며, 우즈의 눈물을 보는 건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즈가 이끄는 미국 팀이 15일 호주 멜버른 로열 멜버른 골프장에서 끝난 프레지던츠컵에서 한국이 속한 인터내셔널 팀에 역전 우승했다. 미국은 이날 벌어진 싱글 매치에서 6승4무2패를 기록해, 합계 16-14로 역전승했다.
 

프레지던츠컵 미국 16-14 승리
한때 인터내셔널에 1-9 밀리기도
우즈, 무패 앤서 꺾고 기선 제압
신인왕 임성재 3승1무1패로 선전

이번 대회에서 우즈는 처음으로 팀 이벤트의 캡틴을 맡았다.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 캡틴은 대략 50세를 전후로 맡는 게 일반적이다. 우즈는 프레지던츠컵 사상 최연소 캡틴이다. 우즈가 서두른 이유가 있다. 2017년 캡틴을 하겠다고 희망했다. 몸이 아파 은퇴를 예상했던 그는 선수가 아니라도 뭔가 봉사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후 기적처럼 몸이 좋아졌고 선수로 뛸 수 있게 되면서, 선수와 감독 역할을 동시에 하는 플레잉 캡틴이 됐다.
 
가시밭길이었다. 인터내셔널 팀 바이스 캡틴인 최경주는 “캡틴은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플레잉 캡틴은 무리이며 우즈가 고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대회 일정 때문에 바하마에서 호주 멜버른까지 24시간 걸리는 비행까지 해야 했다. 시차 적응이 쉽지 않았다.
 
우즈가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패트릭 리드도 문제였다. 잦은 사고로 악명 높은 리드는 지난주 대회 중 연습 스윙을 하는 척하면서 공 뒤 모래를 치우는 부정행위를 했다.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도마 위에 올랐다. 프레지던츠컵에서 호주 갤러리들은 삽을 흔들었다. 모래를 치운 리드의 행동을 비아냥댄 것이다. 리드는 경기 중 삽질을 하는 포즈를 취하며 갤러리 야유에 맞섰다. 리드는 최종일 직전까지 3경기에 나와 모두 졌다. 그의 캐디는 갤러리와 몸싸움을 벌여 출전 금지됐다.
 
미국 팀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는 우즈. 대회에서 처음 캡틴을 맡은 우즈는 미국 팀이 초반 뒤지다 역전승하자 울먹였다. [EPA=연합뉴스]

미국 팀 선수들과 기념 촬영하는 우즈. 대회에서 처음 캡틴을 맡은 우즈는 미국 팀이 초반 뒤지다 역전승하자 울먹였다. [EPA=연합뉴스]

미국은 첫날 포볼 경기에서 1-4로 뒤졌다. 둘째 날은 경기 도중 한때 1-9로 밀리기도 했다. 우즈는 첫 이틀 경기에 모두 나가 모두 이겼다. 하지만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다른 선수들 성적이 좋지 않았다. 우즈는 셋째 날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캡틴 역할에 충실했다. 그의 응원을 받아서인지 미국 선수들이 반격했다. 미국은 최종일을 앞두고 8-10, 2점 차로 따라붙었다.
 
최종일 우즈가 선봉에 나섰다. 우즈가 상대한 에이브러햄 앤서는 이번 대회 인터내셔널 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다. 4경기에 나가 3승1무였다. 인터내셔널 팀 캡틴 어니 엘스가 미국의 기세를 꺾을 선수로 내보냈다. 그러나 우즈는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16번 홀에서 일찍 경기를 끝낸 뒤 동료들을 응원했다. 우즈 뒤를 이은 선수들이 대거 승리했다. 역대 11승 1무 1패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3승 무패를 기록했다. 프레지던츠컵 통산 27승1무15패로, 필 미켈슨(26승)을 넘어 최다승을 기록했다. 우즈는 “내 선수 인생에서 대단한 도전 중 하나였다. 모든 선수가 서로를 믿었다”고 말했다. 우즈는 프레지던츠컵에서 25년 만에 나온 플레잉 캡틴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플레잉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선수 시절 우즈에 밀려 2등을 가장 많이 했던 어니 엘스(50·남아공)는 캡틴으로서도 졌다.
 
한국은 임성재(21)라는 희망을 재확인했다. 올 시즌 PGA 투어 신인왕 임성재는 올해 US오픈 우승자 게리 우들랜드를 3홀 차로 이겼다. 임성재는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신인이지만, 3승1무1패로  팀내 최다인 승점 3.5점을 가져왔다. 안병훈은 1승2무2패를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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