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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얻었나···北 수상한 '7분 연소시험'

중앙일보 2019.12.15 16:38
북한이 지난 13일 진행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시험 시간을 7분이라고 주장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를 통해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됐다”며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시험 진행 시간을 분 단위로 공개한 건 이례적”이라며 “엔진 관련 시험이 7분 동안 실시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지난 7일 같은 발사장에서 이뤄진 시험을 일단 엔진 시험 활동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또다시’라는 표현을 쓴 점을 감안하면 엿새 뒤 후속 시험을 진행했다는 의미가 된다.
 
2017년 3월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당시 서해위성발사장.[연합뉴스]

2017년 3월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당시 서해위성발사장.[연합뉴스]

  
7분의 시험 내용과 관련, 우선 군 안팎에선 만약 7분이 엔진 연소에 들어간 시간이라면 2단 또는 3단의 다단 추진체 시험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짧은 시간 강한 추진력을 내야 하는 1단 추진체의 경우 연소 시간이 7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6년 9월 백두산 로켓에 사용될 추력 80t 액체연료 로켓 엔진의 지상 연소실험의 성공 소식을 알리면서 연소 시간은 최대 200초라고 발표했다. 200초는 7분(420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15형 시험 당시 발사부터 1단 추진체가 분리되기까지 127초가량이 소요됐다.  
 
전문가들은 2·3단 추진체의 엔진은 껐다 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1단보다 지속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ICBM 발사를 위한 2단 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이번에 10~20t의 2단 엔진을 새로 개발해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만약 북한이 다단 추진체의 시험을 진행한 게 맞는다면 궤도 정밀성을 향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엔진을 껐다 켜면서 (추진체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며 “여기에 발사체의 노즐 기술을 더해 비행 궤도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탄두를 표적에 정확히 떨어뜨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번에 북한이 엔진 시험이 아닌 재진입체(RVㆍReentry Vehicle) 기술을 시험했을 수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북한이 시험 시간으로 공개한) 7분은 모터 연소보다는 RV 시험처럼 보인다”고 썼다.  
 
이 같은 분석은 ICBM은 발사 이후 대기권 재진입이 관건인데, 북한이 아직 해당 기술을 완벽하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기권에 다시 진입할 때 높은 열과 압력에 의해 탄두 표면이 녹아내리는 삭마(削磨·Sharpening)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 당국 역시 북한이 2017년 화성-15형 발사 이후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상 시험장에 대기권 재진입과 최대한 비슷한 수준으로 고온·고압의 환경을 구현한 후 시험을 진행하는 데 7분이 소요됐을 수 있다”며 “다만 북한이 해당 시험에 필요한 플라즈마 설비 같은 고난도의 시설을 갖출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최근 2차례 추진체 엔진 시험이 ICBM 도발로 이어질지, 정찰위성 발사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유보적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한 걸 보면 인공위성 얘기는 아니다”며 “인공위성 관련된 것이었다면 (국방과학원이 아닌) 국가우주개발국(NADA)에서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킷 판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편집장도 “이번 시험은 표면적으로는 덜 도발적으로 보이는 우주 발사체 발사와 매우 도발적인 ICBM 발사 가운데 후자 쪽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추가적 증거”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단연소사이클 액체 엔진을 시험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단연소사이클이란 터보 펌프(연료를 연소실에 넣는 장치)를 돌리는 데 쓴 가스를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연료 효율이 높아져 무거운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데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북한이 이를 개발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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