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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기술에 치이고, 정책서도 외면당하는 40대의 설움

중앙일보 2019.12.14 06:00
지난달 4~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역경제고용개발(LEED·Local Economic and Employment Development)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다뤄진 주요 이슈는 중간 숙련 일자리(middle skill jobs)의 감소와 일자리 양극화(Job polarisation)였다. 중숙련 근로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형태로 일자리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OECD, "일자리 양극화는 중숙련 40대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면서 발생"

이날 OECD 발표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OECD 회원국에서 중간숙련이 필요한 일자리는 8%포인트(p)나 줄었다. 저숙련 일자리는 2%p 감소했다. 반면 고숙련 일자리는 10%p 증가했다. 일자리가 고숙련 중심의 직업 구조로 재편되면서 중숙련 근로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흔히 고숙련 종사자는 관리자나 기술공, 전문직을 이른다. 저숙련 근로자는 서비스직이나 판매직, 단순노무직이 해당한다. 중숙련 일자리에는 사무직이나 장치·조립 종사자가 많다.
지난 4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중장년 한 실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40대 고용률은 26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지난 4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중장년 한 실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40대 고용률은 26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기술변화로 매뉴얼화된 일자리는 자동화로 줄고, 고숙련 수요 늘어

OECD는 이같은 직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의 요인을 디지털화와 같은 기술 변화에서 찾았다. "일자리 양극화의 3분의 2는 기술 변화로 설명이 된다"고 했다. OECD는 "루틴화하기 힘든 (배운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인지적 숙련(cognitive skills)을 요구하는 고숙련 전문직과 루틴화가 부적절한 저숙련 육체노동 일자리로 양분하고 있다"며 "제조업의 중간 숙련 근로자는 주로 루틴화된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들 작업은 자동화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루틴화된 작업과정이 자동화하면 일자리도 상실될 위험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루틴화란 규칙적인 작업 틀을 짤 수 있는,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방법도 정해져 있는 공정이다. 매뉴얼화된 작업인 셈이다.
 
오상훈 넥스텔리전스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13일 정부정책 고용영향 평가 발표를 통해 "빅데이터 활용 기업이 10%로 늘어나면 고용이 5년간 7만9000명 늘지만 장기적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융답단계로 발전하면 자동화·무인화가 확산해 고용대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유럽연합(EU)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분석을 통해 일자리 양극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①중간숙련 일자리 비중 ②지역의 대졸자 비중 ③도시화 정도였다. 중간 숙련 일자리 비중이 높은 지역이 중간숙련 일자리 감소 폭이 커 양극화 경향이 높다. 지역 내 대졸자 비중이 높아 고숙련 인력의 공급이 원활할 경우 지역의 직업구조가 고숙련 일자리로 변화하는 양상을 띤다. 고숙련 직업은 도시지역에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을 관통하는 것은 앞서 지적한 대로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다.
세대별 인구·취업자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대별 인구·취업자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은행도 "중숙련 핵심노동연령층 경제활동 하락…사회문제 우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OECD와 같은 내용의 분석과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을 통해서다. 한국은행은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64.5%에서 2017년 69.2%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면서도 "핵심 노동연령층(30~5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OECD의 진단과 같다. "기술진보와 글로벌화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였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핵심 노동연령층 중 중숙련 남성의 고용비중은 2004년 59.1%에서 2017년 55.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고숙련 근로자의 고용비중은 22.2%에서 25.6%로 높아졌다. 특히 고졸 이하 중숙련 남성 일자리 비중이 39.3%에서 25.7%로 13.6%p 떨어졌다. 이들은 주로 자동차 조립과 같은 컨베이어 벨트로 대변되는 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루틴화된 직종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의 노동시장 이탈은 거시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확산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박용민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기술혁신 등으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하면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생산의 중추인 40대 고용, 18개월 연속 10만명대 마이너스로 최악

이런 전망은 통계로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11월 고용률은 67.4%로 1989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루틴화된 일자리에 익숙한 중숙련의 40대는 17만9000명이나 줄었다. 감소폭은 2009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 연속 10만명대 마이너스다. 그동안 40대는 생산의 중추로 대접 받아왔다. 더욱이 40대는 정부가 주장하는 인구구조의 영향(인구 감소)을 받지 않는 계층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경우 기술 변화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지만 "인구 영향을 안 받는 40대 고용률이 지난해와 올해 급락한 것은 경제정책 실패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도 나온다.
3040 취업자, 26개월째 동반 감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040 취업자, 26개월째 동반 감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 정책에서 40대는 소외…청년, 장년, 노인에 초점

실제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청년이나 50대 이상 장년층 실업, 노인 빈곤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고용장려금, 청년저축계좌, 퇴직이나 개인연금 지원, 재정을 투입한 공공 노인 일자리 확충 등이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10월 취업자 전체 증가 폭(41만9000명)과 같은 41만7000명에 달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사업 규제 완화와 같은 민간의 고부가가치 상품 육성을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경제정책의 전환과 더불어 기술 변화에서 중숙련·40대가 도태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공을 들이는 '스마트팩토리'를 확충하면 40대가 밀려나는 현상은 가속화할 수 있다.

OECD, EU 집행위, 한국은행 한목소리로 "디지털 훈련 체계·전략 마련해야"

OECD는 LEED 회의에서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노동시장의 숙련 수요에 맞는 재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올해 4월 고용사정을 평가하면서 "기본적인 디지털 기술을 갖추지 못한 성인이 회원국별로 40~70%에 달한다"며 "노동시장 진입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술에 대한 교육·훈련 전략과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에서 기술혁신이 지속하는 과정에서 핵심 노동연령층 남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신산업 분야에 대한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등 훈련체계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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