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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답답하고 숨찬 증상, 노화로 여겨 방치하면 위험

중앙선데이 2019.12.14 00:20 665호 28면 지면보기

라이프 클리닉

얼마 전 신경외과에서 협진 의뢰가 왔다. 척추협착증이 심해 수술을 받으러 병원을 찾은 83세 환자였다. 수술 전 심장검사를 한 후 순환기내과 외래에서 본 환자는 만성질환이 있는 데다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아 병력이 복잡했다. 당뇨를 25년간 앓아왔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까지 있어 약물치료를 하고 있었다. 14년 전 심한 협심증으로 앞가슴을 열고 심장혈관 우회로 수술을 받았다. 11년 전에는 위암 수술을, 7년 전에는 전립선암까지 발병해 수술을 받았다.
  

예후 나쁜 대동맥판막 협착증
심혈관 질환 중 마지막에 오는 병
혈류 장애로 악화 땐 2년 내 사망

가슴 열지 않는 ‘타비시술’ 보편화
합병증·후유증 적고 회복도 빨라

초고령사회 환자 늘어나 75세 3~5% 발병  
 
이번에 수술 전 검사로 받은 심초음파 검사 결과,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진단됐고 당뇨로 인해 신장기능은 50% 이상 떨어져 있었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있으면 전신마취 수술을 할 때 위험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심장판막부터 고친 뒤 척추 수술을 받을 것을 권했다. 하지만 환자는 평소 허리 통증으로 활동이 거의 없어 증상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심장질환을 진단받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며 치료를 거부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15~2020년 기준 82.5세로 북아메리카(79.2세)·유럽(78.3세)보다 높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수명이 긴 나라 중 하나가 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75세 이상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전과는 아주 다른 양상의 병력을 가진 환자들이 순환기내과를 방문한다. 보통 암 수술을 한 두 차례 받았으며, 항암 치료까지 하고 암을 극복한 환자들, 암을 비롯해 심근경색·뇌졸중 등 다양한 혈관 질환을 앓은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혈관 질환 중 가장 마지막에 찾아오는 질병이다. 다양한 질환을 앓고 난 뒤 마지막에 찾아오는, 보고 싶지 않은 환자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다.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이때마다 대동맥판막도 열렸다 닫힌다. 그러다 보니 70세쯤 지나서 대동맥판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대동맥판막은 세 개의 엽(상엽·중엽·하엽)으로 구성된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대동맥판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석회화가 발생해 판막이 두꺼워지고 엽끼리 들러붙어 결국 판막의 구멍이 좁아진다. 그러면 수축기 때 좌심실에서 상행 대동맥 방향 혈류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진행되면 높은 심장 내 압력으로 좌심실이 딱딱해지고 이완이 잘 안 되다가 수축기 기능부전까지 발생하면서 사망에 이른다.
 
7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국내 중증 대동맥판막질환 환자 수는 매년 7%씩 늘고 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75세 노인 인구의 3~5%에서 발병한다. 중증이 되면 대부분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 사례의 환자처럼 관절에 문제가 있으면 활동이 거의 없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래서 80세 이상에서는 진단율이 아주 낮고 적절히 치료하는 비율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폐부종, 늑막 삼출, 혹은 갑작스러운 심정지 등의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수년 내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환자를 청진했을 때 우측 윗가슴에서 수축기 잡음이 심하게 들리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70세 이상 고령 환자는 가벼운 질환으로 내원해도 꼭 우측 윗가슴을 청진해야 한다. 심초음파로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대동맥판막을 지나는 혈류의 속도가 초속 4m를 넘으면 중증으로 진단한다.
 
중증이 되고 증상이 생기면 50%는 2년 내 사망하고 5년 평균 생존율이 20%로 예후가 매우 나쁘기 때문에 진단되면 빨리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치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병을 진단받은 70세 이상 환자의 40%가 수술을 거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추고 체외로 혈액을 순환시키면서 판막 수술을 받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가슴을 열지 않는 타비시술(TAVI,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이 보편화했다. 초기에는 개흉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주로 시술했으나 최근엔 수술 위험도가 낮은 환자에도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 가슴을 열지 않는 만큼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 타비시술은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 시스템에 도입된 인공판막을 병든 대동맥판막 부위에 위치하게 한 다음, 풍선이나 자가확장 시스템을 통해 병든 판막을 밀치고 그 자리에 건강한 판막이 자리 잡게 하는 시술이다. 타비시술 도입 초기에는 카테터 시스템이 커서 굵은 관을 삽입해야 했고, 시술 시간도 길어서 전신마취를 통해서만 시술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술이 발달하면서 경험이 많은 병원에서는 수면 마취로 하고 있다. 시술 후 회복이 빨라 2~3일 후 퇴원한다.
  
협심증·부정맥과 증상 비슷, 정기검진해야
 
앞선 사례의 환자는 결국 타비시술을 받기로 했다. 시술 후 환자의 심장 기능은 정상에 가깝게 향상됐고 5일 후엔 신경외과에서 척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예전에는 암과 심근경색 중 한 가지만 있어도 생명에 큰 영향을 줬지만, 의학 기술이 발전해 적절하게 치료받으면 원래의 수명을 누릴 정도로 건강해진다.
 
노년기에 찾아오는 대표적인 질환이 관절 질환과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관절 문제는 최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조기에 진단하면 시술로 병든 판막과 심장 기능을 다시 살릴 수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협심증이나 부정맥과 증상이 유사한 만큼 65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으로 심장 상태를 점검하는 게 좋다.
 

장기육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1989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2년간 하버드의대 부속 매사추세츠병원 순환기내과 연구 교수로 연수하고, 미국심장학회와 대한심장학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연구부장, 가톨릭대 산학협력단 연구진흥부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이자 심혈관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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