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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래도 당당맨·먹니 처벌 다르다···법으로 본 '보니하니'

중앙일보 2019.12.13 00:30
EBS 어린이 프로그램 '보니하니'. [보니하니 홈페이지 캡처]

EBS 어린이 프로그램 '보니하니'. [보니하니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일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중 미성년 출연자가 폭행 및 성희롱을 당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논란에 휘말린 출연진들이 "장난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은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장난’이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범죄’라고 하는 상황, 이런 경우에도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폭행,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 못 해  

미성년 출연자 폭행 논란에 휩싸인 EBS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유튜브]

미성년 출연자 폭행 논란에 휩싸인 EBS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유튜브]

법적으로 ‘폭행’은 꼭 물리적으로 누군가를 치거나 다치게 했을 때만 성립하는 죄가 아니다. 형법에 따르면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모든 유형력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즉 사람을 위협하거나 제압하는 행동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 또 폭행죄는 폭행의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저 사람을 폭행하겠다’는 확실한 의도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폭행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범죄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조사할 수는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할 의사가 없다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장난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당당맨’ 역을 맡은 개그맨 최영수(36)씨가 MC ‘하니’ 역을 맡은 채연(15)양을 향해 때리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는데, 이 자체로 채연양이 위협을 느꼈다면 폭행이 인정되나 ‘장난이었다’고 해명한 만큼 법적으로 폭행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의지(법률사무소 서담) 변호사는 “폭행은 친고죄는 아니지만, 반의사불벌죄인 만큼 피해자가 엄벌을 주장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 법정으로 가더라도 경미한 폭행은 벌금 50만원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은승우(법률사무소 예솔) 변호사는 “‘장난이었다’는 피해자의 말이 본심이 아닐 수 있고, 위력 관계에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경우라면 검찰에서 기소할 때 좀 더 무겁게 검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소가 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다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아동 대상 성희롱은 '처벌' 가능

폭행 논란과 별개로 '먹니' 역을 맡은 개그맨 박동근씨가 11일 방송에서 채연양에게 "리스테린 소독한 X, 독한 X"라고 말한 부분에서 '리스테린'이라는 발언에 성희롱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폭행죄와 달리 ‘장난’이라고 해도 성희롱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 부적절한 성적 발언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희롱이나 공연 음란 행위를 한 경우 징역 10년 이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허윤 대한변협 대변인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은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고 친고죄도 아니다“라며 ”방송에 성희롱 내용이 구체적으로 방영이 됐다면 그 내용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독한X'라고 밝힌 부분은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모욕과 명예훼손도 모두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어린이 프로그램, 다른 예능과 달라…지나친 장난 없어야" 

EBS 보니하니 측 사과문에 달린 비판적 댓글. [EBS 홈페이지 캡처]

EBS 보니하니 측 사과문에 달린 비판적 댓글. [EBS 홈페이지 캡처]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번 사건이 폭행 및 성희롱 의혹으로 번진 이유는 뭘까. 
어린이용 교육방송인 만큼, 시청자들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적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모(37)씨는 “어린이들은 쉽게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데, 심지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누군가를 위협하는 게 나오는 것은 장난이라도 지나치다”며 “어른들이 보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달라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BS 측은 사건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두 개그맨에 대해 하차 및 EBS 출연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보니하니 프로그램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후연·신혜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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