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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한 미국대사 참수 집회가 웬 말이냐

중앙일보 2019.12.13 00:25 종합 34면 지면보기
친북·반미·좌파 성향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참수(斬首) 경연대회’를 예고해 충격적이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화형식도 논란이 됐지만, 참수 퍼포먼스는 더욱 자극적이다. 북·미 충돌 우려로 안보 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 판국에 가뜩이나 흔들리는 한·미 동맹에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행동은 매우 부적절하고 개탄스럽다.
 
이번 집회는 “내정간섭 총독 행세 한다”며 해리스 대사를 비판해 온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이 주도하고 있다. 국민주권연대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해리스 대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13일 오후 4시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를 연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올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넥 슬라이스’(손으로 목 치기) 동작을 해리스 대사의 목에 가하는 삽화도 올렸다. 논란이 일자 공모전 포스터를 페북에서 삭제했지만, 여전히 해리스 대사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게시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집회·시위 신고서에 대해 관할 종로경찰서는 어제 장소를 미국대사관에서 떨어진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으로 옮기고 참수 퍼포먼스는 하지 말라고 제한 통보했다. 하지만 경찰의 주문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앞서 ‘해리스 참수 생각(아이디어) 공모전’까지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해리스 놈의 코털을 하나하나 뽑는다’ ‘나무젓가락으로 해리스 놈의 주둥이를 튼다’ ‘손톱깎이로 해리스 주둥이를 부숴버린다’ 등을 예시했다. 제시된 참수 아이디어에 ‘좋아요’가 가장 많으면 경연대회 현장에서 그대로 시연하겠다고 공지했다.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인격 모독이다.
 
두 단체는 지난해 11월 ‘김정은 방한 환영 백두 칭송위원회’를 함께 구성해 활동했다.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미국의 간섭 반대 시위도 주도했다.
 
이들이 이번 경연대회를 통해 노리는 것은 한·미 동맹의 균열 가속화, 반미 감정 자극, 미군 철수 여론 조성 등일 것이다. 하나같이 북한에는 이롭고 대한민국 국익과 동맹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국민주권연대는 지난 10월 방위비 인상 요구에 반발해 해리스 대사 관저(하비브 하우스)에 침입한 혐의로 4명이 구속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수차례 공조해 왔다. 당시 경찰의 외교공관 보호가 소극적이어서 외교적으로 문제가 됐다. 정부와 경찰이 이번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불상사가 생기면 책임져야 한다. 반이성적이고 과격한 행동엔 반드시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게 공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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