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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스피치' 반복하면 벌금 50만엔 때린다…日서 첫 처벌 조례

중앙일보 2019.12.12 17:06
일본 가와사키시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재일동포 등에 대한 혐오 발언,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12일 통과시켰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가와사키시 시의회는 “외국에 뿌리를 둔 시민 등에 대해 차별적 발언과 행동을 지속할 경우 최고 50만 엔(약 54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재일동포가 다수 거주하는 가와사키시는 그간 헤이트 스피치 대응 조치들을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가와사키시, 처벌안 담은 조례 12일 가결
재일동포 많은 곳…차별발언 끊이지 않아
여러 단계 거쳐야…처벌사례 나올지 미지수
'차별 온상' 인터넷 공간은 처벌대상서 제외

이번에 통과시킨 조례 이름은 ‘차별이 없는 인권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일명 '헤이트 스피치 금지 조례')’다. 처벌 규정을 포함한 조례는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 7일 일본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재일동포 등에 대한 차별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7일 일본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재일동포 등에 대한 차별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일본 간토 지역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가와사키시에는 재일동포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간 이들을 표적으로 한 헤이트 스피치가 끊이지 않았다. 앞서 2016년 가와사키시는 재일동포가 많이 사는 동네에서 혐한 데모가 잦아지자 집회 장소로 공원 사용을 허가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후 도쿄도, 오사카시, 고베시가 이와 유사한 헤이트 스피치 금지 조례를 만들었고, 일본 중앙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대책법을 시행했다. 다만 처벌 조항은 없다. 솜방망이라는 얘기가 나왔던 이유다.    
 
가와사키시의 새 조례에 따르면 처벌 대상은 시내 공공장소에서 ‘확성기 사용’ ‘플래카드 게양’ ‘전단 배포’ 등의 방식으로 차별적 행위를 한 경우다. 그러나 사전에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나오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먼저 가와사키시 시장은 문제 행위가 적발되면 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위반자에게 시정을 ‘권고’ 또는 ‘명령’한다. 그렇게 해도 계속해서 위반할 경우 형사 고발하게 된다. 이후 검찰이 기소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그때야 벌금형에 처한다. 
 
처벌 대상을 공공장소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일동포 비하와 욕설이 끊이지 않는 인터넷 공간을 규제할 방안이 없어 피해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다. 가와사키시는 이런 인터넷상의 헤이트 행위에 대해서도 대책을 검토했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시가 인터넷상에서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산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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