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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동성부부도 가족 첫 인정···마일리지 합산 가능해

중앙일보 2019.12.12 16:41
 
 대한항공이 한국인 여성 동성 부부를 가족 고객으로 인정했다. 이 동성 부부가 마일리지를 합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족으로 판단한 것이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한국인 여성 동성 부부를 가족 고객으로 인정했다. 이 동성 부부가 마일리지를 합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족으로 판단한 것이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한국인 여성 동성 부부를 가족 고객으로 인정했다. 이 동성 부부가 마일리지를 합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족으로 판단한 것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세계 인권의 날(10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한국 국적의 40대 여성 동성 부부에 대해 스카이패스 가족 등록을 해줬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패스 회원을 상대로 가족 마일리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가족으로 등록되면 회원 본인의 마일리지를 사용해 등록된 가족에게 보너스 항공권을 줄 수 있고, 가족의 마일리지를 합산해 보너스 항공권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카드. [중앙포토]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카드. [중앙포토]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양도나 합산이 가능한 가족의 범위로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조부모, 손자녀, 배우자의 부모, 사위, 며느리로 정하고 있다.  
 
가족 등록을 위해 한국에선 ‘6개월 이내 발급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 관계,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 외 지역의 경우 ‘6개월 이내 발급한 결혼증명서, 출생증명서, 호구본(중국의 가족관계증명서), 세금증명서 등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 관계와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선 동성 결혼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동성 커플의 경우 이 같은 가족 등록이 어렵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가족 등록 신청자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해외 국가에서 발급받은 혼인 증명서가 있어 가능했다.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은 개인의 성(이성/동성)을 구분하거나 차별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각 국가의 관련 법에 근거해 가족 관계를 인정해 가족 등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가족으로 인정된 동성 부부는 ‘아콘네 커플’이란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 40대 여성 부부. 2013년 5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자그마한 채플에서 결혼하고 한국에 살다가 2018년 미국 영주권을 받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 부부는 대한항공 가족 등록 과정을 블로그에 소개했다.  
 
‘아콘네 커플’이 올린 게시물(왼쪽)과 류민희 변호사가 올린 트윗. [해당 블로그·트위터 캡처]

‘아콘네 커플’이 올린 게시물(왼쪽)과 류민희 변호사가 올린 트윗. [해당 블로그·트위터 캡처]

 
‘아콘네 커플’은 자신의 블로그에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가족 등록 완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선 “가족회원이 되기 위해 캐나다에서 2013년에 받은 혼인증명서와 얼마 전 발급받은 2018년 미국 세무보고 부부합산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몇 시간 후에 대한항공에서 생년월일이 적힌 신분증을 추가 서류로 내라는 이메일이 왔다”며 “왠지 한국 신분증을 보내면 주민등록번호에서 ‘2’를 보며 편견을 갖고 심사할 것 같아 올해 발급받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제출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동성 부부를 인정하지 않으니 우리는 안될 거라 생각하고 접수했는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가족 등록이 완료됐다는 알림이 왔다”며 “세계인권의 날 선물인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를 들어 동성애를 인정하는 미주나 캐나다에서 동거인 증명서와 같이 사실혼 상태를 입증하는 공식 서류를 제출하면 가족 등록이 가능하다”며 “다만 증빙 서류로 사실관계만 확인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는 별도 집계하지 않고 있어 이번이 첫 사례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 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류민희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2013년에 캐나다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국적은 두 분 다 한국인 여성 동성 부부가 오늘 대한항공 가족 회원으로 인정됐다”며 “적법한 혼인을 했으니 사실인정이 안 될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세계 인권의 날에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한편 앞서 공개적으로 국내 ‘동성 부부 1호’ 선언을 한 김조광수 감독은 2017년 한 ‘퀴어 토크’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동성 커플인 김승환 씨와의 마일리지를 공유하려고 전화해 합칠 수 있게 도와달라 했더니 규정상 안 된다고 했다”며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첨부해야 하는데 우리는 가족으로 등재가 안 돼 해주고 싶어도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가 있을 경우 가족 합산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가족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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