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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농성에 복잡한 당 기류···"숫자로 또 당한다, 협상해야"

중앙일보 2019.12.12 16:04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 이틀째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김성태 의원등이 12일 아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 이틀째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김성태 의원등이 12일 아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2시 30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깔린 스티로폼 돗자리 위에는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한쪽 구석에 놓인 침낭과 이불, 베개 등은 이들의 농성을 알려주었다. 한국당은 11일부터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 중이다. 내년도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항의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11일 오후 황교안 대표는 ‘나를 밟고 가라!’는 붉은색 글씨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이제 임박했다”며 “이곳 로텐더홀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강경 투쟁 방침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강경 투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예산안 처리 때처럼 ‘4+1 협의체’ 안을 표결하면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어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김성태 의원(강서 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1일 이곳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황교안 대표는 본청앞에서 취침한 후 새벽 3시경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표는 농성에 들어가며 ‘패스트트랙 2대악법 철회’와,‘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을 내 걸었다.[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김성태 의원(강서 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1일 이곳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황교안 대표는 본청앞에서 취침한 후 새벽 3시경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표는 농성에 들어가며 ‘패스트트랙 2대악법 철회’와,‘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을 내 걸었다.[뉴스1]

11일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은 “협상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한 중진의원은 “원래 야당의 무기는 협상이다. 투쟁도 결국 협상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지, 투쟁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며 “투쟁만 하다가는 어제(10일)처럼 숫자에 밀려서 진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원내지도부에 권한을 위임해 협상에 최선을 다하자”며 “공수처법은 독소조항을 빼는 차원에서 내주고, 선거법은 최대한 합의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 이틀째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김성태 의원등이 12일 아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 이틀째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김성태 의원등이 12일 아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기류는 "숫자에서 밀린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현재 한국당(108명)과 새로운보수당 및 안철수계(15명), 이밖에 우리공화당과 보수계 무소속 의원을 끌어모아도 150석에 한참 모자란다. 표결에선 ' 4+1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4+1 협의체가 동원 가능한 표는) 166~168석 된다”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금 (범여권에) 강공을 하지만 4+1에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을 전부 통과시켜 버리면 끝”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통과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통과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치권 관계자는 “4+1 협의체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여권도 제1야당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기에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론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는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당 대표가 장외가 아닌 국회 안 로텐더홀에서 강경투쟁을 이끄는 상황에서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에게 어느 정도 협상력이 주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초선의원은 “출발부터 예산안 처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원내사령탑 리더십에 흠집이 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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