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급여 잡겠다” 문케어 2년에도…실손보험서 터진 비급여 고름

중앙일보 2019.12.12 16:02
문케어 시행에도 새로운 비급여 진료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문케어 시행에도 새로운 비급여 진료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1. 안모(63)씨는 지난달 부산의 한 안과 의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병원에서 먼저 ‘실손보험에 가입하셨냐’고 물었다. 실손에 가입했다고 답하자 예정된 수술비보다 8배 비싼 다초점 렌즈를 넣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보험사에서 보장해주니까 이왕이면 시력 교정이 가능한 렌즈도 쓰라는 식이었다. 같은 날 수술받은 환자 4명 중 실손보험에 가입한 두 명은 모두 다초점 렌즈를 택했다고 한다. 안씨는 “건보가 되는 수술이 있는데 굳이 비싼 쪽으로 유도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였다”고 말했다.
 

정부, 내년 실손보험료에 문케어 반사이익 반영 X
올해 손해 늘어난 보험 업계, 보험료 크게 올릴 듯
통제 어렵고 '고무줄' 비용 비급여 증가가 큰 영향

건보에 추가 이용 유도 "결국 가입자들이 큰 피해"
'눈 검사' 건보 적용 2년 당기고 정보 공개도 확대
전문가 "급여화 전략 바꾸고 수치에 연연 말아야"

#2. 한 종합병원의 비급여 초음파 검사 실손보험 청구 자료(추간판 장애 기준)는 해마다 크게 달라진다. 2016년에는 심장과 복부 검사만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엔 상복부 초음파가 건보 적용으로 빠진 대신 비뇨기계 초음파(13만원)가 새로 들어갔다. 올 초에는 비뇨기계 초음파가 빠지자 치료 재료 가격을 크게 올렸다(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 
 
둘은 대표적인 비급여 증가 사례들이다. 비급여 진료와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내세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비급여는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비급여 문제는 최근 민간 실손 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11일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열고 문케어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효과를 내년도 보험료에 반영 않기로 결정했다. 자료 수집 시점과 정책 반영 시점에 괴리가 커졌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 대신 내년 중에 반사이익 수치를 새로 계산하기로 했다. 지난해 협의체에서 6.15%의 반사이익 효과를 보험료에 반영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5월~올 9월 문케어에 따른 실손보험 인하 요인은 0.6%에 그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케어 정책이 이전과 비슷하게 투입됐는데 수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정부발(發) 인하 요인이 사라지면서 보험업계는 올해 늘어난 손해율을 근거로 내년도 실손보험료를 크게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 회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로 지난해(121.2%)보다 많이 올랐다.
 
한 병원의 다인실 내부 모습. [중앙포토]

한 병원의 다인실 내부 모습. [중앙포토]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정부 목표와 달리 보험사 지출은 빠르게 늘고 실손보험료, 건강보험료가 함께 급등할 상황이 찾아왔다. 거기엔 통제가 어려운 비급여 진료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비급여 비용은 의료기관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진다. 지난 9월 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눈 계측 검사는 의원급의 경우 최고 금액이 107만170원인 반면 최저는 7500원이었다. 도수 치료도 의원마다 1000원에서 30만원까지 제각각이었다.
 
그렇다 보니 건강보험이 적용된 항목에 더해서 추가 이용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층에 많이 생기는 백내장이 대표적이다. 병·의원들이 수술 전 검사비를 비싸게 받고 다초점 렌즈도 넣자는 쪽으로 권하는 식이다. 초음파 검사도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덧붙이곤 한다. 각종 비급여 주사제도 과잉 의료 중 하나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실손 계약자는 몇 만원짜리 영양주사, 마늘주사를 한 달에 10~15번씩 맞았다며 진료비 청구를 했다"고 말했다.
 
비용을 보조해주는 실손보험에 들수록 의료 이용은 더 늘어나는 편이다. 12일 김순례 의원실에서 받은 건강보험공단ㆍ금융감독원 연구용역 보고서(KDI)에 이러한 경향이 드러나 있다. 실손ㆍ정액형 보험 가입자는 미가입자와 비교했을 때 연간 외래 이용이 22% 이상 많았다. 연간 입원일수도 12%가량 길었다. 또한 실손 가입한 해부터 바로 의료 이용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본인 부담이 적은 가입자일수록 병·의원을 더 많이 찾았다. 보험사의 청구 담당 직원은 "일부 병·의원의 과잉 진료와 문 케어 둘 다 문제라고 본다. 앞으로 손해율은 가면 갈수록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식이면 가입자들이 제일 큰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한 노인이 손에 필요한 약 목록을 적은 메모를 들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 노인이 손에 필요한 약 목록을 적은 메모를 들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정부도 늘어나는 비급여를 관리하는 게 발등의 불이 됐다. 복지부는 2022년 건보 적용 예정이던 눈 계측 검사를 내년으로 2년 정도 당겨서 급여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 항목은 올해 340개에서 내년 500개 이상, 의료기관은 병원급 이상에서 의원급으로 각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도 의료 이용 정도에 따른 실손보험료 할인ㆍ할증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비급여에 대한 적정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 해결 노력이 없으면 실손보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건보도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건보 정책 틀에서 비급여를 완전히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비급여 항목을 예비급여 개념으로 끌어안으려고 하는데 무리한 부분이 있다. 수많은 비급여를 잡는 전략은 개별 항목이 아니라 질병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건강보험 보장률 70%라는 수치적 목표에만 너무 메이지 말고 재난적 의료비 등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