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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분위기'vs'예산 낭비'…그늘막 트리를 바라보는 두 시선

중앙일보 2019.12.12 14:00
지방자치단체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횡단보도에 설치한 그늘막을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으로 장식하고 나선 가운데 이를 반기는 시민들도 있지만 일각에선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가 설치한 그늘막 트리 [사진 수원시 영통구청]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가 설치한 그늘막 트리 [사진 수원시 영통구청]

12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그늘막을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드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와 노원구가 각각 182개, 20개 그늘막을 전구 등을 활용해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들었다. 경기도에서도 수원 영통구와 성남 분당구, 안양시 만안구, 파주시 등에서 그늘막 트리를 설치했다. 인천 미추홀구와 부산 북구, 전북 남원시 등에서도 그늘막을 이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그늘막 트리 원조는 '서울 서초구' 

그늘막 트리는 서울 서초구가 2017년 가장 먼저 시작했다. 겨울에는 사용하지 않는 그늘막(서초구는 '서리풀 원두막'으로 지칭)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자 활용 방안을 고민한 결과다.   
서울시 서초구가 올해 설치한 서리풀 트리[사진 서초구]

서울시 서초구가 올해 설치한 서리풀 트리[사진 서초구]

대형 우산 모양인 그늘막은 접으면 원뿔 모양이 된다. 여기에 천 등을 씌우고 전구나 장식품 등을 부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그늘막 트리는 지난 4월 행정안전부의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에서도 그늘막을 경관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당시 시민·공무원 아이디어로 도입하게 됐다"며 "매년 모든 그늘막을 다른 디자인으로 꾸며 트리를 만드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서초구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거나 시민 등 제안으로 그늘막 트리를 도입했다. 대부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설치한다. 그렇다고 서초구처럼 모든 그늘막이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지자체가 역 주변이나 시장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우선 도입했다. 일부 지자체는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연말연시 분위기 난다" 

그늘막 트리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연말연시 분위기가 난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그늘막이 흉물도 아닌데 굳이 꾸밀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원시 영통역 인근에서 만난 김준일(24)씨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긴 것만으로 동네가 활기차게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보람(35·여)씨도 "3살 된 딸이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크리스마스'라며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25곳의 그늘막을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가 번화가에 설치한 그늘막 트리 [사진 파주시]

경기도 파주시가 번화가에 설치한 그늘막 트리 [사진 파주시]

"장식하는데 한 곳당 100여만 원" 예산 낭비 지적도

그러나 일각에선 "몇 개월 보여주기 위해 그늘막을 트리로 만든 것은 예산 낭비"라고 반발했다. 그늘막 트리를 설치하는 데만 한 곳당 80만원에서 2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성남시 분당구는 그늘막 10개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하는데 1641만4000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시도 25곳을 꾸미는데 2000여만원이 들었고 수원 영통구도 5개 그늘막을 트리로 변신시키면서 525만원을 썼다.
경기도 성남시 미금역에 설치된 그늘막 트리. 개당 16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사진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

경기도 성남시 미금역에 설치된 그늘막 트리. 개당 16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사진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

 
시민단체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성남시민연대)는 의견문을 내고 "몇 개월간 그늘막을 재활용하기 위해 1600만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늘막 트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민들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과거 공무원들이 남는 예산 지출을 위해 연말 멀쩡한 보도블록을 새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공사로 비판받았는데, 당초 계획에도 없던 그늘막 트리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진짜 시민을 위한 사업인지 아니면 사업자를 위한 사업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에도 "그늘막에 왜 이런 장식을 하는 것이냐?" "빛이 밝아서 눈이 부시다"는 등의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각 지자체는 "그늘막을 꾸민 전구나 장식품은 일회용이 아니라 매년 활용할 예정"이라며 "예산 낭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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