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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새장에 따로 갇힌 아기 예수 가족, 그들이 오늘 미국에 오면

중앙일보 2019.12.12 13:39
아기 예수가 은박지 담요에 싸인 채 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연합 감리교회 뜰의 새장에 갇혀 있다. [REUTERS=연합뉴스]

아기 예수가 은박지 담요에 싸인 채 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연합 감리교회 뜰의 새장에 갇혀 있다. [REUTERS=연합뉴스]

아기 예수가 좁은 새장에 갇혀 있다. 
은박지 담요에 싸인 갓난아기 예수는 혼자 철조망 속에 누워 있다. 
성모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도 예수 곁의 다른 새장 안에 갇혀 있다. 
여기는 어디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곁에 어머니 성모 마리아가 다른 새장에 따로 갇혀 있다. [AFP=연합뉴스]

그 곁에 어머니 성모 마리아가 다른 새장에 따로 갇혀 있다. [AFP=연합뉴스]

9일 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의 연합 감리교회에서 행한 퍼포먼스 모습이다. 
새장 3개가 있고 요셉과 마리아, 은박지 담요에 싸인 아기 예수가 그 안에 있다.

 
카렌 리스틴 목사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난민 가족인 예수 가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이 가족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피난처를 찾았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맨 왼쪽 새장에는 아버지 요셉이 갇혀 있다. [REUTERS=연합뉴스]

맨 왼쪽 새장에는 아버지 요셉이 갇혀 있다. [REUTERS=연합뉴스]

리스틴 목사는 마리아와 요셉이 이집트로 피난해 아기 소년들의 죽임을 피한 성경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오늘날 미국으로 망명을 원하는 수많은 난민의 곤경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 퍼포먼스는 예수 가족이 오늘날 미국으로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AFP=연합뉴스]

이 퍼포먼스는 예수 가족이 오늘날 미국으로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AFP=연합뉴스]

신약성경 마태복음에는 예수 가족의 이집트 피난 이야기가 나온다.
 
'유대인의 왕' 메시아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유대왕 헤롯은 메시아를 자신의 정적으로 여겼다. 
그는 화근을 제거하기 위해 두살 아래의 모든 남자아이를 살해할 것을 명했다. 
이때 천사가 예수의 아버지 요셉의 꿈에 나타나 가족을 데리고 피신할 것을 계시했다. 
요셉은 즉시 일어나 아기 예수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이집트로 향했다.   
 
한 아이가 아기 예수와 떨어져 새장에 따로 갇힌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한 아이가 아기 예수와 떨어져 새장에 따로 갇힌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즉, 예수 가족은 이집트에서 난민이 되었다.
퍼포먼스는 만약 예수 가족이 미국으로 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생각해 보고, 
미국이 난민을 어떻게 대해야 하겠는가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취재진이 퍼포먼스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취재진이 퍼포먼스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예수 가족을 각기 다른 새장에 가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부모-자녀 분리 수용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월경자는 예외 없이 기소하고, 자녀는 부모와 분리 수용한다는 법무부의 ‘무관용 정책’을 시행했다. 관리가 “목욕을 시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이를 데려가거나, 아이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엄마가 실성한 사람처럼 몸부림쳤다는 목격담도 있다. 
 
지난 해 6월 언론과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 텍사스주 우르술라 난민 수용소를 둘러봤다. 현장을 둘러 본 AP통신은 "어린이들이 20명 단위로 철제 펜스에 갇혀 있으며, 알루미늄 포일이 이불로 지급됐다"고 전했다. 클레어몬트 교회의 퍼포먼스에서 아기 예수를 은박지로 싼 것은 이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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