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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TV·인터넷 설치기사 근로자 인정, 산재보험 받을 수 있어"

중앙일보 2019.12.12 06:00
[연합뉴스]

[연합뉴스]

KT스카이라이프 설치기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기사는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내왔고, 4대보험도 가입되지 않았지만 법원은 “이런 사정은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징표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붕 위에서 떨어져 산재 신청하자 소송

A사는 KT스카이라이프로부터 신규ㆍ이전 설치 및 유지보수, 영업 등의 업무를 위탁받았다. 이씨는 2014년부터 A사에서 일하다 2017년 작업 중 사고를 당한다. 안테나를 설치하다 지붕 위에서 떨어져 왼쪽 다리 인대가 파열됐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험을 신청해 승인받았다. 그런데 회사는 “이씨는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므로 산재 보험 대상자가 아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일하다 다친 사람이 모두 산재보험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규정한다. 산재보험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를 따지는 소송이 잇따르는 이유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 여부를 따질 때 계약의 형식이 근로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등 보다 실제 일한 사람이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돼 일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진다.  주로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지 ▶일에 필요한 비품이나 원자재는 누가 제공하는지 ▶근무시간과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등을 두루 따진다.

 
1심은 이씨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선 이씨는 A사와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었다. 적용되는 취업규칙도 없다. 회사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도 않았다.  
 
이씨가 고객과 조율을 통해 고객의 집과 사무실을 방문하며 일을 한 점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본 근거가 됐다. 이씨는 회사에 따로 출ㆍ퇴근 보고는 하지 않았다. 업무에 쓰이는 차량, PDA단말기, 통신비 등도 회사로부터 받지 않았다. 1심은 근로복지공단이 이씨에게 한 산재보험 지급 승인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 뒤집은 2심 "이씨, 근로자다"

2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은 회사가 이씨의 업무수행 시간ㆍ장소를 구속하고 상당한 관리ㆍ감독을 하고 있다고 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씨가 고객들과 자율적으로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업무에서 사실상 회사의 감독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씨가 어떻게 고객을 배정받는지부터 살폈다. 스카이라이프 고객센터에 신규 신청이 들어오면 A사를 통해 요청이 이씨에게 전달된다. 이씨는PDA단말을 통해 배정받은 설치 건수를 모두 처리해야 했다. 이씨가 배당을 취사선택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이씨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 6개월 동안 PDA 배정 업무를 모두 수행했다. 업무를 마치면 PDA로 회사에 꼬박꼬박 보고도 해야 했다. 2심은 ”고객의 집과 사무실을 방문하려고 순서를 스스로 정해 이동했다고 근무 장소에서 구속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고객들로부터 친절 서비스 평가를 받아 이씨에게 페널티를 주거나 상금을 준 것도 이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서비스 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월 급여에서 15만~30만원이 깎였기 때문에 이씨는 근무 태도 등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법원은 ”이씨가 업무수행에 필요한 부품을 스스로 사거나 차량 관리비를 부담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 등은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징표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원심판결이 옳다고 보고 A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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