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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바보야, 문제는 타다가 아니야

중앙일보 2019.12.12 00:26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웅 쏘카(타다 운영사인 VCNC의 모회사) 대표의 글이 달라졌다. 종종 페이스북에 논란이 되는 글을 올렸던 그다. 이번엔 더 길고 독해졌다. 날 선 글엔 필사즉생의 결기마저 읽힌다. 6일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여객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그는 ‘붉은 깃발법’ ‘타다 금지법’ ‘혁신 금지법’이라고 불렀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유도 조목조목 밝혔다.
 

바다 나가려면 큰 배가 필요한데
우물용 종이배 띄우자면 되겠나
미봉의 대책 말고 큰 그림 그려야

"항공기 탑승권을 확인해야만 탑승할 수 있고, 6시간 이상만 렌터카 기사 알선을 할 수 있는 서비스는 타다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 1년 된 1500대의 타다, 1만명의 드라이버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 대표는 김현미 장관의 국토교통부도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그간 경제부총리며 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에게 ‘팩트 폭격’을 하면서도 차량 공유의 주무부처인 국토부 비판만은 삼갔던 그다. 급기야 국토부가 10일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생각하라”며 맞받고 이 대표가 "택시편만 들지 마시라” 재반박하면서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정·재계 인사들까지 "상생을 위한 법”(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미래를 막는 선례”(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로 크게 갈렸다.
 
논란이 커질 땐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 시작은 공유 경제였다. 차량 공유, 4차 산업혁명, 플랫폼 비즈니스, 소비자 편익…. 시급하고 중요한 화두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지금은 ‘택시업계와의 상생’만 남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택시업계의 ‘표’만 의식한 결과다. 올 초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부터 잘못 꿴 첫 단추였다. 소비자와 플랫폼 비즈니스 전문가는 아예 끼지도 못했다. 김현미 장관은 "우버식 카풀은 한국에선 없을 것”이라고 싹을 잘랐다.
 
혁신의 폭은 좁고 꾸불꾸불해졌다. 모든 게 택시 기반으로 재설계됐다. 택시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반쪽짜리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용 승차 공유 데이터가 황금이라면, 택시 기반의 데이터는 고철 정도의 차이”라고 했다. 차량 흐름을 분·초 단위로 분석하고 승객의 취향까지 수집할 수 있는 우버·디디추싱· 그랩 같은 회사와의 경쟁이 불가능해진다. 공유 경제는커녕 마차 시대로 뒷걸음치는 꼴이다. 타다의 이재웅 대표가 "타다는 택시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 진짜 이유다.
 
이쯤에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의 목표는 "틀면 나오는 물처럼 쓸 수 있는 운송수단”이다. 그는 가성비를 강조했다. "우리는 우버를 이용하는 게 자가용을 보유하는 것보다 싸지는 수준까지 가길 원한다”고 했다. 놀고 있는 90%의 자가용을 끌어내면 또 다른 이익이 있다. 캘러닉은 "공해와 도로 혼잡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호언했다.
 
차량 공유는 4차 산업 중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표 업종이다. 인공지능(AI) 등 다른 4차 산업은 되레 일자리를 줄인다. 미래의 눈으로 봐야 한다. 당장 중국의 디디추싱과 경쟁할 수 있나부터, 멀리 보면 한국 산업이, 경제가,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나를 따져야 한다. 일개 장관이나 한 부처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택시업계만 쳐다볼 일도 아니다. 한쪽 눈·귀로 한쪽 입장만 보고 들으니 "한국엔 우버형 카풀은 없다”는 단견이 나오는 것 아닌가. 바다를 보고 큰 배를 만들어야 할 때 우물만 보고 종이배를 띄우자는 꼴이다. 한국은 대륙 쪽이 북한에 막혀 사실상 섬나라다. 밖으로 통할 때 살고 안으로 쪼그라들 때 죽는다. ‘타다 금지법’은 전면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마무리는 이 정부 들어 부쩍 위력이 세진 이른바 ‘감성팔이’로 대신한다. 며칠 전 택시를 탔더니 "저희 택시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난생처음 듣는 인사말을 들었다. 나도 "편안한 밤 되시라”며 내렸다. 마음이 푸근해졌다.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도, 무차별 쏟아내는 택시기사의 신세 한탄, 정치 타령도 없었다. 타다 덕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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