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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황인범 환상적 프리킥 골…화려한 부활

중앙일보 2019.12.12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홍콩전 전반 추가시간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 인프런트 킥으로 득점하는 황인범. [연합뉴스]

홍콩전 전반 추가시간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 인프런트 킥으로 득점하는 황인범. [연합뉴스]

벤투호의 ‘미운 오리’들이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한국의 첫 승을 이끌었다.
 

동아시안컵 축구 한국2-0홍콩
나상호도 헤딩 골로 부진 털어내
벤투호 이겼지만 경기력 아쉬워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41위)은 11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홍콩(139위)과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황인범(23·밴쿠버)과 나상호(23·FC도쿄)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벤투호는 지난 10월 스리랑카전(8-0승) 이후 4경기 만에 무득점에서 벗어났다. 앞서 북한전(0-0무), 레바논전(0-0무), 브라질전(0-3패)에서 골이 없었다.
 
전반 추가 시간 황인범의 득점포가 승리를 불렀다. 이정협(부산)이 페널티박스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에 황인범이 키커로 나서 침착한 오른발 인프런트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21번째 A매치에 나선 황인범은 지난해 10월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이후 1년 2개월 만에 대표팀에서 다시 골 맛을 봤다.
 
황인범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성인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됐다. 초창기엔 ‘벤투호 황태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상태였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북한·레바논전에서 연달아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중원 사령관 역할을 맡았지만 불안한 볼 터치와 투박한 패스로 공격의 맥을 끊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축구팬은 황인범을 두고 ‘대표팀에 뽑지 말아야 할 선수’라고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도 ‘황인범의 기용은 벤투 감독의 고집’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부담감은 또 다른 부진과 실수를 불렀다. 포지션 경쟁자들이 가세하면서 대표팀 내 입지가 더욱 흔들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도 벤투 감독의 믿음은 굳건했다. 황인범을 첫 경기부터 선발로 기용해 전체적인 흐름 조율을 맡겼다. 황인범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려는 듯 이전보다 한결 섬세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홍콩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고전하던 전반 20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강력한 논스톱 슈팅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세트피스 전담키커를 맡아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킥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황인범은 후반 37분 예리한 프리킥으로 나상호가 터뜨린 헤딩 쐐기골의 시발점 역할도 했다. 황인범과 마찬가지로 ‘실력 논란’에 휩싸였던 나상호 역시 홍콩전 한 골로 마음고생을 덜었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의 활약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돋보이고 개성있는 선수인데, 필요할 때마다 해줘야 할 역할을 해줬고, 과감한 플레이와 적극성이 좋았다. 그가 뛸 수 있어서 대표팀에 큰 도움”이라고 칭찬했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벤투호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할 때 밀집 수비 공략에 애를 먹는 대표팀의 고질병이 홍콩전에서도 변함 없이 재현됐다.
 
수비수 6명을 위험지역에 겹겹이 쌓아두고 버티기로 일관한 홍콩을 맞아 전반 내내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두 번의 득점은 모두 세트피스로 만들었다. 손흥민(27·토트넘), 황의조(27·보르도) 등 주전급 유럽파 선수들이 차출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홍콩을 상대로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한 건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승리했지만, 전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후반에는 득점 기회가 많아졌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해 아쉽다. 득점 후엔 주도권을 잡은 점은 긍정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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