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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만개 화합물 검토…감염 막으려 연구진 파상풍 접종

중앙일보 2019.12.12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SK바이오팜 연구진이 화합물을 합성해 살펴보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검토하는 후보 물질의 분량은 1만 종에 달한다. [사진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연구진이 화합물을 합성해 살펴보고 있다. 이들이 하루에 검토하는 후보 물질의 분량은 1만 종에 달한다. [사진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의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성인 뇌전증(간질) 환자의 부분발작 치료제다. 개발부터 FDA 판매 허가를 받기까지 그간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가 많다.
 

SK바이오팜 첫 FDA 허가 뒷얘기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신청서류
230만쪽 오탈자 없게 꼼꼼히 살펴

의견 나누다 몰랐던 약효 발견도
자체 개발 등 화합물 40만개 보유

① 제출 서류 230만 쪽=엑스코프리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SK바이오팜이 FDA에 제출한 서류는 A4 용지 기준으로 230만여 쪽이었다. 황선관 SK바이오팜 연구기획팀장은 11일 “현재까지 검토한 결과 FDA에 제출한 서류에 오·탈자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소한 오·탈자로 부주의하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꼼꼼히 서류를 살핀 결과”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에선 FDA에 제출한 서류가 박사학위 논문 5000건 분량이란 말도 나온다. 박사 논문 한 건당 분량이 400~500쪽이어서다. 임상시험 단계에선 23개국 2400여 명의 뇌전증 환자가 참가했다.
 
② 연구진 전원 파상풍 예방접종=엑스코프리의 약효와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전임상시험 단계는 SK바이오팜 연구진이 직접 수행했다. 이 회사 한민수 수석연구원은 “혹시 모를 감염 등을 피하기 위해 연구진 전원이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개발 과정 중 연구진이 주삿바늘 등을 통해 약물에 오염될 우려가 있어서다.
 
③ 하루 1만 종 후보물질 검토=엑스코프리는 여러 가지 화합물을 합성해 만든 신약이다.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에선 얼마나 다양한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SK바이오팜은 40만 종의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자체 합성한 화합물은 2만5000여 종가량이다. 매일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내고 어떤 효과가 있을지 살펴보는 것도 기본이다. 이 회사 강영순 의약개발1팀장은 “화합물의 효과와 독성 여부 등을 살피기 위해 매일 1만 종 이상의 화합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신약이 나오는 게 아니라 미련하리만큼 매일 꾸준히 여러 가지 화합물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 중 ‘되겠다’ 싶은 것을 토대로 장기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④ 후보물질 재활용은 기본=신약 후보물질 재활용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기본 중 기본이다. 당초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는 비아그라가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이 임상시험 1상 단계에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한 ‘수노시’라는 신약이 있다. 원래 우울증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됐다가 수면장애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경우다.  
 
연구팀 안에서 수시로 브레인스토밍이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년 SK바이오팜이 FDA 품목허가 문턱에서 좌절했던 카리스바메이트라는 약물도 있다. 당초 뇌전증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통과했지만 최근 소아 희귀뇌전증 쪽으로 방향을 바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도 재활용한다.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는 약물을 투입해도 목표하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극히 낮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개발 과정에서 중추신경계 도달률을 높여왔다. 이를 토대로 뇌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신혜원 의약개발2팀장은 “신약 후보물질이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효과를 낼지 모르기 때문에 연구진 간에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차선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교=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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