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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억만 내고 떠난 김우중, 18조 추징금 받을 방법 없나

중앙일보 2019.12.11 16:00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18조에 달하는 막대한 추징금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이에 추징금 환수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환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쟁점을 짚어봤다. 

 

역대 최고 김우중 추징금 17조9253억  

 
김 전 회장은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대우 등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지시 및 재산 국외 도피 등의 혐의로 징역 8년 6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별도의 추징금 17조 9253억원을 명령했다. 이는 당시 개인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아직 그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항소심 이후 김 전 회장과 검찰 모두 상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왜?

 
어마어마한 액수의 추징금 산정 배경은 뭘까. 김 전 회장은 임원들과 공모해 국내에 반입해야 할 자동차 수출대금을 국외에서 처분해 도피시켰으며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혐의를 받았다. 18조원에 이르는 추징금은 허위 수입 대금 송금액과 해외 현지법인 차입금 송금액, 자동차 수출 대금 송금액을 당시 환율에 적용해 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자산인 대우그룹의 부도로 국민경제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고 그 피해는 금융기관과 투자자를 넘어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 점, 피해를 본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고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상응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타계 후에도 환수될까?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그러나 검찰이 지난 14년간 김 전 회장으로부터 거둬들인 추징금은 892억원(0.498%)뿐이다. 이마저도 김 전 회장의 자발적인 납부보다는 검찰이 추적한 덕이 컸다. 그간 검찰은 전직 대우 임원들로부터 김 전 회장의 재산을 일부 찾아 추징하면서 3년마다 돌아오는 시효를 연장해왔다. 
 
김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추징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김 전 회장에 앞서 형을 선고받은 임원 6명이 김 전 회장과 공범으로 묶여 추징금을 함께 부담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추징금 집행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2명이 세상을 떠났고 임원 중 일부는 ‘범죄행위로 전혀 이득을 취한 바 없는데 거액의 추징금 선고가 부당하다'며 재심도 청구했다.  
  
추징금을 가족한테 받을 수도 없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추징금은 일신전속적(특정한 자에게만 귀속하며 타인에게는 양도되지 않는 속성) 성격을 띠고 있어 상속되지 않는다“며 ”숨겨놓은 재산이 발견된다면 추징할 수 있지만 자식 등 타인을 대상으로 추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의 가족들이 골프장, 아트센터 등을 소유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추징할 수 있는 김 전 회장 명의의 개인재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징금이란  

 
추징금은 범죄 행위에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 범죄인이 불법하게 소유하는 물건을 돈으로 되받아내는 것이다. 죄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돈을 거둬가는 벌금은 미납시 노역장 유치가 가능하지만 추징금은 내지 않아도 노역장에 넣을 수 없다. 
 

대안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범죄수익 환수는 검찰의 해묵은 난제다.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과 최순실씨 해외은닉자금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초 대검찰청에 범죄수익환수과, 서울중앙지검에 범죄수익환수부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독립몰수제도 자주 거론된다. 독립몰수제는 피의자의 사망·도주 등으로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사건과 공소시효 소멸·선고유예 등으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서도 형사재판과 별개로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범죄수익 환수 강화의 대안으로 이를 언급했다.  
 
김수민‧윤상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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