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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 다 팔려다 물 먹나···오리온, 제주도와 ‘용암수 전쟁’

중앙일보 2019.12.11 05:01
오리온이 시판에 나선 제주 용암수. 최충일 기자

오리온이 시판에 나선 제주 용암수. 최충일 기자

 
 

용암수는 염지하수 이용한 혼합음료
국내 판매 가능 여부 두고 대립각 세워
제주도 "내수 이어가면 물 공급 중단"
오리온 "판매 제한 부당, 협의 할 것"

염분이 있는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생성된 염지하수. 제주도는 염지하수를 일반적인 지하수와 함께 공공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른바 공수화(公水化) 정책이다. 염지하수의 원수(原水)를 관리하는 제주도와 이를 음료 시제품으로 만든 기업간의 의견 차이가 물 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제주도가 ‘제주용암수’를 만드는 오리온에 원수 공급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판매를 놓고 입장이 달라서다. 오리온은 국내외 모두 판매가 가능하다고 하고, 제주도는 해외에만 팔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주도는 10일 “오리온측에 지난 6일까지 판매계획 등이 담긴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오리온이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물 공급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마켓오 도곡점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 용암수 출시 간담회에서 오리온 제주 용암수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마켓오 도곡점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 용암수 출시 간담회에서 오리온 제주 용암수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는 이달 안에 물 공급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주도 측은 오리온이 해외 판매만 약속했는데 말을 바꿨다고 한다. 현재 오리온에 공급되는 염지하수 물량은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 국내 시판 제품 생산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도는 오리온에 지난 3주간 시제품 생산 준비 목적의 원수 약 1만4000t을 공급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오리온은 용암 해수(염지하수) 산업단지 입주계약만 체결한 상태고, 물을 관리하는 제주테크노파크와 염지하수 공급 계약은 맺지 않은 상황이다.
 
오리온은 국내 시판 없이 수출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제품이 해외에서 팔리기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3일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원희룡 지사와 두 차례 면담했고 두 번째 만남에서 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알렸다”며 “국내 판매를 제한해 경쟁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1일부터 제주 용암수 가정 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 초엔 대형마트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에서 팔지 못 하는 물의 수출은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있는 만큼 제주도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가 불거진 ‘용암수’는 염지하수를 원수로 쓴다. 염분을 제거 후 각종 미네랄을 추가해 만든다. 원수를 그대로 정수해 이용하는 먹는샘물(생수)과 다르다. 제주도는 고갈 우려가 있는 먹는샘물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한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일반 판매용 먹는샘물 개발을 공기업에만 허가하고 있다. 제주도 산하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유통을 맡은 삼다수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한국공항㈜이 항공 서비스를 주 용도로 한진 퓨어 워터를 공급받아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대표 먹는샘물 삼다수. [사진 제주도개발공사]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대표 먹는샘물 삼다수. [사진 제주도개발공사]

제주도는 염지하수도 먹는샘물처럼 공공재 개념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이 역시 고갈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제주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에 예외적으로만 염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제주도는 2008년 기업 투자를 위해 물 제조·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을 개정했다. 이후 2011년 제주시 구좌읍에 염지하수를 개발할 수 있게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를 운영 중이다. 오리온은 2016년 염지하수를 활용하기 위해 이 단지에 입주한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21억2400만원에 인수했다. 
 
이후 1200억원을 투자해 단지 내 공장을 건설했고 지난 2일 ‘오리온 용암해수’ 530mL, 2l 시제품을 내놨다. 김성제 제주도 물관리과장은 “일단 오리온과 최근 대화의 물꼬를 튼 상황이라 그들의 공식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늦어도 이달 안으로 해결방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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