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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한국당 뺀 채···512조 예산이 28분만에 통과됐다

중앙일보 2019.12.11 00:06 종합 1면 지면보기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통과시키는 문희상 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통과시키는 문희상 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4+1’)이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정부 원안(513조4580억원)에서 1조2075억원을 순삭감(9조749억원 감액, 7조8674억원 증액)한 512조2505억원 규모다. 올 예산안인 469조5700억원보다 42조6805억원가량 늘었다.

1조 깎인 512조 국회 본회의 통과
한국당 “날치기 처리” 강력 반발

선진화법 이후 첫 예산안 강행처리
본회의 속개 28분 만에 통과
한국당 일부 “의장 사퇴” 구호도
김재원 “예결위장도 모르는 예산”

 
이날 본회의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평화당, 대안신당, 무소속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했다.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예산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대표를 던진 이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변혁)’ 소속 김중로·이태규 의원과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세금 도둑” “날치기 처리”를 외치며 반발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 소속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그야말로 예산을 도둑질한 도둑의 무리”라고 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1일 예산안 자동부의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래 1·2당이 합의하지 않은 예산안이 처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엔 3일(2015·2016년), 6일(2017년), 8일(2018년)에 처리됐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쟁점 법안은 11일 시작되는 12월 국회로 넘어갔다.
 
심재철 “이게 뭡니까” 단상 올라 따지자 문희상 “이해해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 통과에 대 해 반발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예산 수정 안은 총 512조2500억원 규모다. 김경록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 통과에 대 해 반발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예산 수정 안은 총 512조2500억원 규모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4+1’)이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본회의를 연 게 정기국회 종료를 3시간여 앞둔 10일 오후 8시38분이다. 자유한국당은 내내 문희상 국회의장이 앉아 있는 의장석 주변에서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 162명이 제출한 수정안이 통과된 건 9시6분이었다. 28분. 한국당으로선 역부족이었다. 전날 선출된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으로선 33시간여 만에 맛본 ‘패배’였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여야 3당 예결위 간사간 협의는 이날도 매끄럽지 않았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논의 끝에 1조6000억원 삭감으로 합의를 보고 기존 (4+1 협의체의) 삭감 내역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도 안 풀려서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갔는데 그사이에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었고, 4+1 협의체 합의안으로 상정한다고 되어버렸다”며 “(국회의장에게) ‘1시간 만이라도 연기해 달라. 그사이에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결국 잘 안 됐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오후 8시 본회의를 알렸고 그로부터 38분 뒤 본회의가 열렸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이 문 의장을 향해 “너희끼리 다 해먹어라”고 항의했다. “문희상은 사퇴하라”는 구호도 이어졌다. 일부 의원은 “아들! 공천!”도 외쳤다. 문 의장의 아들이 문 의장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 채비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4+1 불법’ ‘날치기’ ‘4+1은 세금도둑’ 등 피켓도 들었다.

  
민주당 “패스트트랙 앞두고 기선 제압”

 
9시1분 토론이 종료됐다. 한국당 의원 108명이 낸 수정안부터 다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수정안에 부동의한다”면서 수정안은 표결에도 부쳐지지 못했다. 증액은 정부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곧바로 ‘4+1’의 162인 명의 수정안이 안건에 올랐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의가 없다. 감사하다”고 했다. “독재타도” “날치기”란 함성 속 의원 162명이 전자투표기를 눌렀고 수정안은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심재철 원내대표가 문 의장을 향해 연신 “이게 뭡니까”라고 따졌고 문 의장은 “이해해줘”라고 했다. 2020년 기금운영 계획안에 대해서도 이 과정은 반복됐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재석이 158인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가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그간 예산안 심사에 애써준 예결특위 김재원 위원장과 위원, 협상을 마무리해준 여야 지도자 여러분들에게 각별히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의장이 정회를 선포할 때 시계는 9시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예결위원장이기도 한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예결위원장도 모르는 내용의 예산안이 오늘 처리됐다”며 “총체적인 불법의 결정판” “예산을 도둑질한 도둑의 무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수당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소리를 지르는 것밖에 없다. 국민은 이제 무거운 세금에 짓눌려 살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제1야당을 뺀 합의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예산안의 10일 처리를 관철한 데에는 향후 국회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공직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 직후 통화에서 “심 원내대표가 선출된 뒤 첫 협상에서부터 우위를 갖기 시작하면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서 한국당이 결사항전으로 나왔을 때 민주당으로선 난관”이라며 “심 원내대표를 기선제압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 처리에 한국당이 발목을 잡을 경우 ‘4+1 동맹’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signal·신호)을 보낸 것이란 뜻이다. 예산안 표결 처리로 ‘4+1’ 결정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나머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도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한편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준이법은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식이법 등 16개 비쟁점안건도 통과

 
고 김민식 군의 부모 김태양·박초희 씨(오른쪽 부터)가 10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민식이 법’이 통과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고 김민식 군의 부모 김태양·박초희 씨(오른쪽 부터)가 10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민식이 법’이 통과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선거법 개정안 등 쟁점 사안 때문에 이들 법안이 뒤로 밀린다는 비판이 일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식이법 중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이날 재석 242명 중 찬성 239명, 반대 0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개정안’도 재석 227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됐다.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는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민식군(당시 9세) 부모와 자녀의 교통사고 피해를 본 부모들이 법안처리 모습을 지켜봤다. 민식이법·하준이법 이외에 양정숙 국가인권위원 선출안,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 등 13개 안건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11일부터 12월 임시국회=민주당과 한국당의 진정한 ‘대치’는 패스트트랙이 다뤄질 12월 국회다. 민주당은 예산안처럼 ‘4+1’ 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을 두곤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에 50% 이내 연동률 적용 쪽으로 의견을 접근하고 있다. 다만 예산안과 달리 이들 법안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상일 수 있다.  
  
윤성민·김준영·하준호·이우림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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