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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온라인 마권 대중화, 우리도 성공할까

중앙일보 2019.12.11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장외발매소에서 마권을 구매하는 사람들. 현재는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다. [중앙포토]

장외발매소에서 마권을 구매하는 사람들. 현재는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다. [중앙포토]

“사설 경마 베팅 사이트에서는 100배가 넘는 배당이 나오면 돈을 안 주고 운영자들이 잠적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설 경마를 이용해요. 경마는 하고 싶은데 경마장이 멀잖아요.”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용자 보호 중심의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한 말이다. 마권을 사려면 경마장(서울·부산·제주)이나 장외발매소(전국 30개)에 직접 가야 하다 보니 불법 온라인 사이트에 이용자가 몰린다는 것이다.
 

스포츠토토 등 이미 온라인 판매
불법 매출 13.5조원, 합법의 1.7배
조세포탈 규모만 연 2조원대 추정
국회선 ‘마사회법 개정안’ 발의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9명은 불법 도박 사이트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발의했다. 마권을 경마장(장외발매소 포함)에서만 발매토록 규제하는 현행법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내에서는 2004년부터 스포츠토토, 2018년부터 로또복권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지에선 경마와 복권, 스포츠 베팅의 온라인 발매를 허용한다. 불법 도박 수요를 흡수해 사행산업을 공공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84조원(2016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불법 경마 매출은 13조5000억원 정도다. 이는 같은 기간 합법 경마 매출(7조7000억원)의 1.7배다. 격차는 커지는 추세다. 불법 시장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해서다. 마권 구매가 편하고, 구매 상한액도 없다. 외상 거래나 미성년자 거래도 가능하다.
 
불법 경마 환급률은 90% 이상이다. 반면 한국마사회 마권 환급률은 73%다. 국세와 지방세 등 매출의 16%를 세금으로 납부하기 때문이다. 매출의 4%인 이익금 대부분도 축산발전기금 등에 사용된다. 합법 경마 환급률이 20%포인트 낮은 이유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불법 경마 이용자의 70%가 “온라인 경마가 도입되면 사설 경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용자 상당수가 불법 경마의 사이트 폐쇄, 명의도용, 개인정보 유출 등 위험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불법 경마 이용자를 합법 경마로 유입할 경우 그만큼 세수가 늘어난다. 2016년 한 해에만 불법 경마가 포탈한 세금만 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합법적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 혐오시설로 취급되는 장외발매소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마권 구매 방법 확대가 사행산업 확대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매년 사행산업 기관의 매출 총량을 규제하고 있다. 지난해 경마 매출은 사감위가 제한한 매출 8조4000억원의 90% 수준에 그쳤다. 한국마사회는 불법 경마 수요는 흡수하는 대신, 장외발매소 매출을 줄여 사감위 기준을 따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사감위도 찬성하고 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 베팅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있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성공한 합법적 베팅 모델이라고 국내에서도 적용될지 미지수”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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