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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비판' 죄로 억류된 자국민 구하려다 기소된 스웨덴 외교관

중앙일보 2019.12.10 12:40
전 주중 스웨덴 대사가 중국에 억류된 자국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허가받지 않은 비밀 회동을 주선했다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중국계 스웨덴 시민권자 '마이클 구이'
홍콩에서 공산당 비판 서적 출간하다
4년 전 태국 여행 중 돌연 자취 감춘 뒤
중국에서 2년 간 옥살이에 출국 금지까지
스웨덴 외교관 中 당국자·구이 딸 만남 주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월권 행위
구이 딸 "中 당국자들 날 입막음했다" 주장

중국계 스웨덴 시민권자로 홍콩에서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출판 사업을 하던 중 돌연 자취를 감춘 마이클 구이(55)가 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 출연한 모습. [HKFP 유튜브 캡처]

중국계 스웨덴 시민권자로 홍콩에서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출판 사업을 하던 중 돌연 자취를 감춘 마이클 구이(55)가 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 출연한 모습. [HKFP 유튜브 캡처]

NYT는 9일 "스웨덴 검찰이 비밀 회동을 주선한 외교관을 기소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 주중 스웨덴 대사 안나 린드스테드는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두 명의 남자와 승인되지 않은 회동을 주선하는 등 외교관으로서 월권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 검찰에 따르면 린드스테드는 중국계 스웨덴 시민권자인 마이클 구이(55)의 억류를 풀기 위해 스웨덴 외교 당국에 의해 승인되지 않은 사적인 만남을 주선한 혐의로 지난 9일 기소됐다. 스웨덴 검찰은 9일 "린드스테드의 행위는 외교관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라며 "외교관의 월권행위를 대상으로 실제 기소가 이뤄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린드스테드는 지난 1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호텔에서 "공산당에 연줄이 있는 중국인 사업가"로 알려진 남성 2명과 마이클 구이의 딸 안젤라 구이 간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외교부에 따르면 린드스테드는 이와 같은 회동을 사전에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억류된 자국민을 도우려고 했다는 린드스테드의 주장과 달리 스웨덴 검찰은 이 만남이 "안젤라 구이를 입막음하기 위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젤라 구이 역시 그동안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이 아버지의 억류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해 만남에 응했지만, 그럴 권한 조차 없는 사람들이 약속 장소에 나왔고, 중국 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을 멈추면 아버지가 석방될 수도 있다며 회유했다"고 주장해왔다.
 
마이클 구이는 중국계 스웨덴 시민권자로 홍콩에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을 비판하는 책을 출판해왔다. 구이는 2015년 태국 여행 중 자취를 감춘 뒤 중국 국영 TV에 출연, "10년 전 음주 운전 사고로 여대생을 숨지게 했다"고 돌연 자수했다. 이후 2년간 중국에서 감옥살이를 한 뒤 2017년 석방됐지만, 또 다시 기차여행을 하던 중 체포돼 억류됐다. 
 
중국 경찰은 그가 스웨덴에 중국 국가 기밀을 유출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범죄 증거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공개하진 않았다. 구이는 2017년 석방 이후에도 중국을 떠날 수 없도록 출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고 NYT는 전했다. 
 
구이의 가족은 그가 공산당을 비판하는 책을 출판해왔기 때문에 정치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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