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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에 공룡 나타났다, 10m 앙상한 티라노 본 주민 반응

중앙일보 2019.12.10 11:06
경북도청 앞마당에 세워진 공룡 뼈 조형물. [사진 경북도]

경북도청 앞마당에 세워진 공룡 뼈 조형물. [사진 경북도]

몸에 살점이 하나도 안 붙은 몸길이 10.5m, 높이 3.5m짜리 중국산 공룡 뼈로 만든 티라노사우루스 조형물이 경북도청 앞마당에 등장했다. 실제 티라노사우루스가 그 자리에 오랫동안 멈춰 서 있다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만 남아, 화석(化石)이 된 것 같은 조형물이다.   

4일 설치, 몸길이 10.5m, 높이 3.5m 공룡 뼈 조형물
미국 구글 본사 있는 공룡 조형물 본떠 만들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사라진다는 메시지 전달"
일각선 한옥 청사와 어울리지 않는 황당 조형물 지적

'새바람 행복 경북'이라는 도정 슬로건을 가지고, '일터 넘치는 부자 경북'이라는 도정 목표를 둔, 경북도청에 왜 이런 공룡 조형물이 세워진 걸까. 
 
10일 경북도청에 따르면, 이달 4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공룡 뼈 조형물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의지로 198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   
 
경북도청 앞마당에 세워진 공룡 뼈 조형물. [사진 경북도]

경북도청 앞마당에 세워진 공룡 뼈 조형물. [사진 경북도]

그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를 찾았을 때 이런 공룡 뼈 조형물을 보고, 감명을 받아, 도청에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면서다. 경북도 한 직원은 "올 5월쯤 국내 업체에 구글 본사에 있는 공룡 뼈 조형물과 같은 모양의 조형물 제작을 의뢰했고, 이 업체가 다시 중국 업체에 공룡 뼈 제작을 요청, 국내에 올 9월 뼈만 들여와 전체 조립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그는 공룡 뼈 조형물 설치를 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룡이) 덩치가 크고 힘이 강해서 그 시대를 주름잡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못 하면 사라지듯-. 직원들에게 변해야 산다를 강조합니다. 경각심을 위해 도청 전정에 설치했는데요."라고 했다.  
 
도청 앞마당의 공룡 뼈 조형물을 두고, 이색 조형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황당 조형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과 일부 공무원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돌이나 청동으로 만든 동상 같을 것을 설치하는 것보다, 보기 좋은 조형물이다"는 반응과 "도청 앞마당에 왜 저런 걸 설치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옥으로 된 도청 건물. 거기에 도청 앞마당은 말 그대로 경북도의 얼굴과 같은 곳 아닌가. 공공조형물 세금 낭비 비판도 많은데"라는 지적이다.  
 
최근 지자체의 공공 조형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전국 곳곳에 있는 공공조형물 상당수가 애물단지 신세여서다. 많은 돈을 들여 세우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가 하면 주민에게 혐오감을 주기도 한다. 또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철거에 애를 먹기도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공공조형물은 총 6287점이다. 하지만 파악이 안 된 조형물도 많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공공조형물은 공공시설 안에 건립한 회화·조각 등 조형시설물, 벽화·분수대 등 환경시설물, 상징탑·기념비 등 상징 조형물을 말한다. 대부분 자치단체가 공공조형물을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역 상징성을 나타내자는 취지로 만든다. 
 
경북 군위군 대추 조형물로 만든 화장실,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변에 있는 마릴린 먼로상, 세종시 소방청 청사 앞의 ‘흥겨운 우리 가락’ 조형물, 전북 고창군 람사르고창갯벌센터 주꾸미 미끄럼틀 등이 눈총을 사는 공공조형물의 일부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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