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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물은 몸에 좋고 무기물 나쁘다? 그럼 석유 먹어도 되나

중앙일보 2019.12.10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62)

 
우리 모두 유기는 좋고 무기는 나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네랄은 무기물에 해당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는 유기물에 속하는 데도 말이다. 실제로 유기와 무기는 좋고 나쁨으로 나누기가 어렵다.
 
유기는 기능성이 있고 무기는 없다는 뜻인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무기물도 기능이 있고 반응성이 강하다. 한편 유기는 기가 있고 무기는 기가 없다는 것도 오해다. 마치 한의들이 얘기하는 ‘기혈’이나 ‘기치료’ 같은 기의 의미로 생각하기 쉬우나 한자도 다르고 뜻 자체도 다르다.
 
유기와 무기는 좋고 나쁨으로 나누기 어렵다. 무기물에는 칼슘, 인, 나트륨 등 우리 몸에 필수적인 것도 있지만 수은이나 카드뮴과 같이 치명적인 것도 있다. [사진 pxhere]

유기와 무기는 좋고 나쁨으로 나누기 어렵다. 무기물에는 칼슘, 인, 나트륨 등 우리 몸에 필수적인 것도 있지만 수은이나 카드뮴과 같이 치명적인 것도 있다. [사진 pxhere]

 
다시 말하지만 무기물은 인체에 나쁘고 유기물은 좋다는 판단은 맞지 않는다. 식품에 많으면 무조건 좋다는 미네랄이 바로 무기물이라서다. 무기물에는 칼슘, 인, 나트륨, 칼륨 등 우리 몸에 필수인 것도 있지만 수은이나 카드뮴 같은 치명적인 것도 있다. 당연히 유기물에도 좋은 것만 있지 않다. 독성이 강한 보톡스, 뱀독, 복어독, 버섯독 등 무수한 것들이 유기물에 속한다.
 
자연에는 무기독인 청산칼리, 비상(비소)보다 독성이 더한 유기독(천연독)이 더 많다. 또 유기물이라도 합성은 나쁘고 천연이 좋다는 주장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합성이 천연에서 분리한 것과 구조나 효능에 있어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유기와 무기의 정의는 뭔가? 무기물은 원래 자연에 있던 것, 흙이나 돌 등이다. 유기물은 생명체를 구성하며 동식물 혹은 미생물이 만든 물질, 혹은 탄소가 들어있는 화합물이다. 그런데 애매한 부분도 있다.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무기물이지만 탄소로 되어있고, 일산화탄소·메탄가스는 무기처럼 보이지만 유기물이다. 석탄·석유·플라스틱도 유기물에 속한다.
 
그럼 우리가 마시는 물은 뭔가? 원래 지구에 있던 거니까 무기물인가, 아니면 동식물의 몸속에서 만들기도 하니까 유기물인가? 보통은 무기물에 넣지만 이론의 여지가 있는 물질이다.
 
유기농 퇴비에 계분이나 축산폐기물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오히려 유해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의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병원균 및 항생제의 오염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사진 pxhere]

유기농 퇴비에 계분이나 축산폐기물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오히려 유해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의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병원균 및 항생제의 오염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사진 pxhere]

 
유기와 무기라는 단어는 농산물에도 적용한다. 유기농은 좋고 무기농은 나쁘다는 것 또한 맞지 않는다. 원래는 유기농과 무기농이라는 말은 없었다. 현재 유기농은 농사를 지을 때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적인 농법, 무기농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부도덕한(?) 농법으로 구분 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농약과 비료에도 유기가 있고 무기가 있다.
 
유기농이 한땐 큰 인기였다. 당연히 유기농이 좋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젠 무기농도 철저한 위생관리 덕에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졌다. 유기는 가격이 비싸지만 영양 측면에서 무기와 별 차이가 없고, 비양심적인 재배와 유통이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등의 이유로 현재는 유기농의 선호가 급감했다.
 
실제 유기농 퇴비에 계분이나 축산폐기물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오히려 유해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의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병원균 및 항생제의 오염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반면 일반농은 오히려 과학영농의 발달로 비교적 자연 친화적인 농약과 비료가 쓰이고 있어 문제는 많이 줄었다. 대부분 살포 후 1~2주 이내에 분해되어 잔류문제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는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해 벌레 먹어 구멍이 숭숭 난 채소 등을 비싸게 팔고, 그걸 좋아하는 부류도 있다.
 
자주 사용하는 화학비료도 인체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 유안이나 요소비료는 양이 많지 않다면 먹어도 별문제가 없다. 두 비료는 공장에서 합성하는 것이지만, 요소는 우리 오줌에 많이 들어있는 유기물이기도 하다. 실제 세척한 먹거리에 묻어 들어오는 이들 화학비료는 거의 없거나 미량이다.
 
소여물에 이런 질소비료를 섞어 먹이면 비육이 잘된다는 얘기도 있다. 여물의 섬유소를 분해하는 위장 속 루멘 박테리아의 생육을 촉진해서라는 이유다. 어쨌든 화학비료는 식물의 생장을 돕고 싱싱한 먹거리를 만드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과거 농업혁명을 가져온 획기적인 발명품이기도 했다. 옛날 같지 않게 이젠 우리만큼 먹거리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운 나라는 별로 없다.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된다.
 
농약을 치지 않고 있다가 토양을 분석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으면 보조금이 나오고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팔수도 있다. 인증을 받은 뒤엔 원상태로 돌아가 일반농이 유기농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사진 pixnio]

농약을 치지 않고 있다가 토양을 분석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으면 보조금이 나오고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팔수도 있다. 인증을 받은 뒤엔 원상태로 돌아가 일반농이 유기농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사진 pixnio]

 
문제는 별 메리트가 없어진 유기농 재배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고, 지자체에는 담당 부서까지 두고 있다. 친환경인증제란 것도 장려한다. 1년 정도 농약을 치지 않고 있다가 토양을 분석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으면 보조금이 나오고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팔수도 있다.
 
그래서 꼼수가 동원된다. 인증을 받고 나서는 원상태로 돌아가고, 허술해진 관리·감독을 틈타 일반농이 유기농으로 둔갑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중에는 무늬만 친환경단지를 조성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기도 했다. 이젠 무턱대고 유기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말자.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면서.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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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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