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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보다 22살 늦은 베토벤 첫 교향곡, 호평 이유는

중앙일보 2019.12.10 09:00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6) 

 
1800년 4월 2일은 베토벤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이날 베토벤은 빈의 부르크극장에서 교향곡을 발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청중들은 30살이 된 젊은 작곡가에게 환호했으며, 평론가와 언론들도 이 작곡가의 공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은 피아니스트로 빈에서 명성을 얻은 베토벤이 교향곡 작곡가로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었다.
 

베토벤은 30살이 돼서야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했다. 모차르트보다는 22년이 늦었지만, 교향곡의 새로운 모습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호평받았다. [중앙포토]

베토벤은 30살이 돼서야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했다. 모차르트보다는 22년이 늦었지만, 교향곡의 새로운 모습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호평받았다. [중앙포토]

 
공연 프로그램은 화려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과 하이든의 ‘천지창조’ 중 몇 곡,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등이 연주됐는데 공연의 방점을 찍은 것은 역시 베토벤의 첫 번째 교향곡이었다. 고전파 대가의 작품들이 한 공연에서 연주된 후에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교향곡이 연주된 것이다. 베토벤의 첫 번째 교향곡에 대해 저명한 음악평론가 조지 그로브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베토벤이 교향곡을 이 곡 하나만 남기고 죽었다면 (이 교향곡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 작품은 더 많이 음미되고, 더 많이 평가받고, 더 많이 사랑받았을 것이다.”
 
조지 그로브의 이 말은 이 작품이 가진 독자적인 가치를 강조한다. 베토벤의 첫 번째 교향곡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뒤를 잇는 야심찬 작품이기도 했지만, 베토벤의 개성과 실험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기도 했다.
 
당시 언론과 평론가들은 베토벤의 실험적 작풍에 주목했다. 1악장을 시작하는 대담한 화성과 2악장에서의 팀파니 활용 등이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지만, 이 교향곡에서 가장 새로운 점은 3악장에 있었다.
 
베토벤은 이 3악장의 악보에 전통대로 미뉴에트라고 썼지만, 정작 이 악장을 미뉴에트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 마디를 한 박으로 지휘해야 할 정도로 빠른 음악을 미뉴에트로 보기는 어려웠다.
 
여러 매체가 이 교향곡의 대담한 진행과 참신한 면모들에 대해 호평을 내놓았지만, 이 곡의 새로운 면모를 잘 파악하지 못한 매체도 있었다. 특히나 ‘목관이 남용되었고 목관의 음향 층이 너무 두텁다’는 지적은 작곡가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베토벤의 첫 번째 교향곡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뒤를 잇는 야심찬 작품이기도 했지만, 베토벤의 개성과 실험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기도 했다. [사진 pixabay]

베토벤의 첫 번째 교향곡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뒤를 잇는 야심찬 작품이기도 했지만, 베토벤의 개성과 실험성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기도 했다. [사진 pixabay]

 
작곡가 베토벤은 이 역사적인 교향곡을 자신의 후원자였던 슈비텐 남작에게 헌정했다. 황실 도서관장인 슈비텐 남작은 빈의 유명한 음악애호가이자 후원자였다. 모차르트에게 바흐와 헨델의 악보를 빌려주었으며, 모차르트의 예약 연주회가 흥행에 실패해 취소됐을 때도 표를 구입했던 인물이었다. 베토벤은 본래 이 곡을 선제후 막시밀리안 프란츠에게 헌정하려고 했지만, 그는 아쉽게도 이 교향곡이 출판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의 공연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은 베토벤 자신이 직접 지휘했다. 피아노협주곡에서도 베토벤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런 모습 때문에 어떤 언론은 ‘베토벤이 부르크극장을 혼자 지배하고 있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토벤의 천재성과 새로운 교향곡이 음악의 역사에서 새 지평을 여는 순간이었다.
 
모차르트는 8살의 나이에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했지만, 베토벤은 30살이 돼서야 첫 번째 교향곡을 발표했다. 모차르트보다는 22년이 늦었지만, 교향곡의 새로운 모습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호평받았다. 이때부터 베토벤의 교향곡들이 음악의 역사에서 혜성같이 등장한다. 1800년 4월 2일은 베토벤의 교향곡이 인류의 문명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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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렬 이석렬 음악평론가 필진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 음악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이제 바쁜 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즐기는 반퇴 세대들이 있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문화적으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음악을 감상하고 공연장을 방문하고 악기를 함께 연주한다. 음악이 함께 하는 삶은 아름답고 여유롭다. 본 연재물은 음악의 즐거움을 환기하고 음악을 통해 생활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 음악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한다. 이제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를 갖고 삶을 더욱더 아름답게 채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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