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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처럼 집을 개통할수 없을까···이상묵의 발칙한 상상

중앙일보 2019.12.10 07:22

이상묵의 개통하는 집 1. 집을 개통해서 가질 순 없을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세대.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행복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만족에 대한 소비를 원하는 세대라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야기다.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자랑한다는 세대이기도 하다. 없이 살진 않았기에 라이프스타일, 즉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누구보다 높다.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 누하동 골목길에 위치한 에 위치한 한옥 '서촌누와'의 내부 공간 [사진 스테이폴리오]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 누하동 골목길에 위치한 에 위치한 한옥 '서촌누와'의 내부 공간 [사진 스테이폴리오]

 
의식주,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은 주(住)다. 패션과 식문화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과 견줄 만큼 대단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거문화만큼은 원룸, 빌라, 아파트라는 매우 단조로운 선택지에서 삶의 안식처를 고를 수밖에 없다.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된 월세방 권리금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DIY(Do It Yourself·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것)로 페인트칠을 하고, 이케아 가구로 집을 꾸미며, 형광등이 아닌 우아한 간접등 아래 좋은 음악과 향기, 좋은 패브릭으로 꾸민 취향 가득한 집에서 하룻의 노고를 풀어내려는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정성을 다해 꾸민 집을 남에게 내줄 때 소위 '주거 권리금'을 받고 취향 맞는 사람에게 방을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게끔 한다. 즉 이제 집을 팔기 위해 짓는 업자의 시각이 아니라 실제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세대의 관점에서 집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집을 조명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밀레니얼 세대가 집을 대하는 자세는 남다르다. 소유를 포기해도 취향은 포기 못하며, 집의 크기를 포기해도 동네의 온기 또는 가져갈 수 있는 가구와 조명, 침구라도 좋은 것을 탐구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렇다고 해서 밀레니얼 세대가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또 다른 문제다. 서울의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역시 월급을 모아 사긴 더더욱 어려우며 주거비로 나가는 지출은 집을 사는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된 시점에서 아주 이상한 상상 하나를 하게 되었다.  
 

“집을 개통해서 가질 순 없을까?”

 

2. 핸드폰처럼 집을 개통할 순 없을까?

 
아이디어는 매우 쉽게 나왔다. 핸드폰을 사러 가면 돈 한 푼 내지 않고 최신 폰을 하나 갖게 된다. 조건은 매우 단순하다. 2년 동안 폰을 사용하겠다는 약정, 그리고 보험을 들면 사고도 보상받을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2년이 지나면 그 폰이 내 것이 된다는 것이다. 즉 소유한다는 것.  
 
첨단기기의 발전과 진보에 따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 digital gaguguide]

첨단기기의 발전과 진보에 따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 digital gaguguide]

"이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지, 이 사람?"이라고 내게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무 돈도 없는데 어떤 대리점에 가서 약정 35년을 걸고 집을 하나 개통 받는다. 보험도 되고 35년간 잘 문제없이 돈을 내기만 하면 35년 후 그 집은 내 것이 된다. 무슨 궤변론자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우린 많은 분야에서 구독, 또는 리스, 또는 렌탈로 제품을 다른 방식으로 점유하고 있다. 점유와 소유는 당연히 다르다. 특히 자동차는 감가상각이 일어나 결국 리스로 돈을 다 내고 나면 차의 값어치가 상당히 떨어진다. 즉, 환금성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집은 다르다. 집은 시간이 지나도 값이 오를 확률이 크다. 특히나 서울의 집값은 도통 떨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토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땅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집과 땅을 분리해 생각할 수 있다면 어떤 상상을 해볼 수 있을까?
 
2년이 지나면 우린 핸드폰을 바꾼다. 그리고 기존 폰은 교환하거나 판다. 만약 35년이 지난 집을 20년, 또는 10년으로 땡겨서 약정을 끝내거나 아니면 중간에 폰을 교환하듯 쉽게 다른 새로운 주거로 옮겨가거나 기존 주거를 팔아 환금성 좋게 바꿀 순 없을까? 그렇기 위해선 집이 하나의 제품, 즉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와 같이 충전과 운영체제(OS)를 갖추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적 관점으로 전환된다면 우린 집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런 집을 개통해서 산다면 조금은 부동산이란 말이 가볍게 다가올 순 없지 않을까?
 

3. 집과 땅의 분리, 집의 감가상각을 저지하는 법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 여타 다른 폰과 달리 칭찬받는 점이 하나 있다. 아이폰 3GS 이후로 최근 아이폰6까지 운영체제인 iOS를 업그레이드 해준다는 점이다. 분명 물리적 기기 상태는 같은데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꽤 오래된 사양의 아이폰까지 고려해 업데이트를 해준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스마트폰 브랜드와는 다른 팬덤,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지녀왔다. 이런 점에서 아이폰은 여타 다른 폰과는 달리 중고폰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집이 물리적인 형태를 유지한 채 운영체제가 업그레이드 된다면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집의 에너지 시스템이 개선되어 공과금이 줄어들고 밖에서도 집의 내부 상태를 제어할 수 있으며 때로는 나의 취향을 반영한 느낌으로 인테리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게 가능하다면 분명 이 집은 쉽게 감가상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테슬라가 지난 4월 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공개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청사진. OS를 업그레이드하는 테슬라는 자동차의 감가율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다. [사진 앱스토리]

테슬라가 지난 4월 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공개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청사진. OS를 업그레이드하는 테슬라는 자동차의 감가율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다. [사진 앱스토리]

 
최근 4차 산업혁명, 5G 시대의 이야기를 논하며 쉽게 피부를 와닿진 못했지만 최근에 본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보면서는 성큼 미래가 확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차의 운영체제가 업데이트 되었던 것이다. 에너지 성능 향상은 물론 자율주행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는 점을 보며 다른 차와는 다른 감가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은 폰이나 차와 달리 땅을 갖고 있다. 상상을 해본다. 집과 땅을 분리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부분 집을 짓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집값보다는 땅값 때문에 생긴다. 그렇다면 저렴한 땅을 사서 감가율이 낮은 집을 짓는다면 어떨까? 이럴 땐 땅에 집이 묶이거나 집을 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콘크리트 바닥에 조약돌을 섞어 시공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일본의 한 주택 [사진 핀터레스트]

콘크리트 바닥에 조약돌을 섞어 시공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일본의 한 주택 [사진 핀터레스트]

 
그렇다면 그런 땅에 감가율이 낮고, 취향에 맞는 집을 개통해서 들어가 살면 어떨까? 최근 우린 서촌의 ‘누와’라는 7평의 작은 땅에 지은 한옥으로 이 질문을 실험해봤다. 우린 이 집을 누구나 예약할 수 있게 하루 단위로 개통할 수 있는 주거 즉, 스테이(숙박공간)로 오픈했다. 이 집은 1년치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맹지여서 가치가 낮았던 땅도 오가는 분들의 인정 덕분에 가치가 오르고 있다.
 
운영체제를 장착하진 못했지만 분명 ‘누와’의 실험은 비교적 낮은 지가의 땅에 감가율 낮은 집을 지어 개통해 본 우리의 첫 번째 개통 주거였는지도 모른다. 이 실험을 하루의 개통이 아닌 1년의 개통, 10년의 개통, 그리고 개통 후 약정이 마무리되면 소유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볼 순 없을까? 그렇게 된다면 아깝게 한달 한달 나가는 월세가 언젠가 나에게 자산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궤변처럼 들릴지 모를 나의 이야기는 실제 몇 개의 실험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그 단서를 찾아가고 있다. 다음 편은 개통 주거를 생각하기 전에 모여, 집이란 이름으로 서울의 평균 전세가보다 싼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분명 여러분에게도 좋은 단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상묵 대표의 '개통하는 집'은 한달에 한차례 연재됩니다.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가 가득한 폴인의 웹페이지에서 더 많은 읽을 거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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