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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이코노믹스] ‘최장 125개월 확장’ 미국 경제, 이제는 안전벨트 맬 때다

중앙일보 2019.12.10 00:25 종합 24면 지면보기

달아오르는 미국 증시와 2020 글로벌 경제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최근 고용을 비롯한 일부 경제지표가 예상을 뛰어넘고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로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경제지표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주가는 실물 경기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2020년에는 경착륙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경기 저점으로 올해 11월까지 125개월 확장 국면을 이어왔다. 미국 경기순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주가 급등에 낙관론 여전하지만
연착륙보다 경착륙 가능성 있어
금리 낮추고 달러 약세 유도하면
한국 원화 강세까지 직면할 우려

그러나 경기 둔화 조짐을 읽어야 한다. 우선 컨퍼런스보드에서 작성하고 있는 경기선행지수가 7월을 정점으로 10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고, 산업생산도 올해 들어 줄고 있다.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지난 9월에는 47.8까지 떨어져 미국의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줬던 2009년 6월(46.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지수는 아직 기준선(50)을 넘고 있으나, 제조업 지수가 1개월 정도 선행해서 움직였던 것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서비스업 경기도 수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출 측면에서 봐도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건설 투자가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2분기 이후에는 설비 투자와 수출도 감소세로 전환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만 증가하면서 경기 확장을 힘겹게 연장하고 있다. 그러나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7월을 정점으로 11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소비심리가 다소 위축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도 소비가 4.2%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2.1% 성장했지만, 경제성장률은 1분기 3.1% 비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 둔화 조짐
 
지난달 비농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26만 6000개 증가해 예상치(18만개)를 훨씬 넘어섰지만, 올해 들어 11월까지 월평균 17만9700개 늘어 지난해 평균인 22만 3300개보다 줄었다.
 
이런 지표로 판단해보면, 미국 경제가 조만간 수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다. 보통 연착륙이란 장기 추세선 이상으로 성장하던 경제변수가 추세선에 접근한 후, 다시 이를 따르거나 그 위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경착륙이란 추세선 위에 있던 경제 변수가 빠른 속도로 추세선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미국 GDP로 연착륙 혹은 경착륙 여부를 따져보자.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경착륙했다. 2008년 1분기부터 실제 GDP가 미 의회가 추정한 잠재 GDP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2009년 2분기에는 마이너스 5.9%까지 추락했다. 이를 GDP갭률이라 하는데, 미국 경제가 그만큼 능력 이하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그 후 적극적 재정·통화 정책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7년 4분기부터는 실제 GDP가 잠재 수준을 넘어섰고, 지난 1분기에는 GDP갭률이 플러스 0.9%였다. 미국 경제가 능력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최근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내년 미국 성장률은 1.8%로 올해(2.3%)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성장률은 미 의회가 추정한 잠재성장률 2%를 밑돌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전문 통계 기법(호드릭-프레스콧 필터)으로 미국의 추세 GDP를 추정하고, 블룸버그 전망치를 적용해보면 내년 미국 GDP는 추세 GDP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보통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실제 성장률이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것보다 더 낮아진다. 내년 미국 경제가 현재 성장률 전망치보다 더 낮아지고,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자산 가격에는 연착륙이 없다. 특히 주가는 경기 확장국면에서 경제변수를 과대평가하고 수축 국면에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미국 주가(S&P500)가 산업생산·소매판매·비농업 부문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를 얼마나 과소 혹은 과대평가하는가를 보여준다.
  
미 주가가 실물 경제 과대 반영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가는 경기를 지속해서 과대평가하고 있다. 지난 11월 현재 그 정도가 23%에 이르고 있다.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69년 이후 7번의 경기 사이클에서 경기 정점 이후 주가는 평균 11개월에 걸쳐 23% 하락했다. 특히 2007년 12월 경기 정점 이후에는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17개월 동안 49%나 급락했다. 미국 가계는 지난 3월 말 현재 금융자산 중 34%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 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미 정책당국은 다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 여지나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인다. GDP 대비 미 연방정부 부채가 2007년 64%에서 올해 2분기 103%로 올라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려 해도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허용해줄 가능성이 작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연방 기금금리를 5.25%에서 0%까지 인하했다. 이번에는 2.50%에서 내리고 있고, 내년에는 경기침체로 다시 0%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 폭도 크지 않고,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줄여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금리 하락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다. 이래저래 내년 경제 전망은 어둡다.
 
2008년 금융위기 뺨치는 세계 동반침체 우려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경착륙하게 된다면,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는 크게 세 가지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세계 경제 침체가 2009년보다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2009년 세계 경제는 선진국 중심으로 마이너스 0.4% 성장했다. 그러나 그다음 해 5.4% 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수요를 부양한 결과였다. 또 2010년 중국 경제가 10.6%나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또한 재정 및 통화 정책 운용 여지가 크지 않고, 가계·기업·정부의 체력도 약화해 있다.
 
둘째, 미국 정책금리가 다시 0%로 떨어지고 양적 완화를 통한 환율 전쟁이 재개될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 기금금리를 0%로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내수를 부양했다. 특히 Fed는 2008년 한해 본원통화를 2배 늘려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을 늘렸다. 그 뒤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이상으로 돈을 찍어내면서 환율 전쟁에 가담했다.  
 
미국 경제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달러 가치는 앞으로 하락하게 된다. 여기다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의 한계로 트럼프 정부는 교역 상대국에 통상압력을 더 강화하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8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는데, 내년에는 일본과 한국 등도 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원화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셋째, 실물 경제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미국 주가가 하락하면 다른 나라 주식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 주가마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중 주가가 급락하면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도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어 구원투수가 돼 주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발 빠른 개인투자자들마저 해외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주가 급락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우선은 위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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