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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41세 소득 3209만원 정점…59세부터 다시 적자인생

중앙일보 2019.12.10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남들보다 늦지 않게 취업한 직장인은 평생을 통틀어 흑자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대답은 평균적으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주기별 소득·소비 살펴보니
0~26세까지 적자, 27~58세 흑자
16세 때 연 2867만원 적자 최대

빠른 고령화로 병원비 지출 늘고
유년~청년층 교육비도 만만찮아

2016년 기준으로 평생 쓰는 소비에서 노동소득(임금·자영업 소득)을 뺀 값인 ‘생애주기 적자’는 110조3000억원. 단순 계산으로는 국민 1인당 약 215만원 적자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병원비 등 보건지출이 늘어나는 데다 유년 시절 지출한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1인당 생애주기 적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인당 생애주기 적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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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9일 이런 내용의 ‘국민이전계정’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소득 증가율(4.5%)이 소비 증가율(3.8%)을 앞지른 덕에 2016년 기준 국민 전체 생애주기 적자(110조3000억원)는 전년보다 1조7590억원 줄었다. 구체적으로 소득은 없고 소비만 있는 0~14세 유년층은 130조6150억원, 65세 이상 노년층은 92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65세 이상의 적자 폭이 약 7조5000억원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전체 공공보건소비 중 65세 이상의 증가율이 12.6%로 전체 증가율(9.7%)을 뛰어넘었다. 민간보건·기타소비도 65세 이상에서 5.1% 증가율을 보여 전체 연령대의 증가율(3.1%)을 상회했다. 다만 15~64세 노동 연령층은 112조7000억원 흑자를 나타내 1년 전보다 흑자가 약 8조5000억원 증가했다.
 
생애 주기별로 보면 유년층의 적자는 16세에서 1인당 2867만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민간이 지출하는 교육소비가 16세에서 1인당 758만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영향이다. 해당 연령층의 사교육비가 1년 전보다 200만원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적자 상태는 태어난 이후 26세까지 이어지다 27세 때 흑자로 돌아선 뒤 58세까지 흑자 상태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 폭이 가장 큰 연령은 41세로 1435만원 흑자를 보였다. 이 시기 1인당 노동소득이 3209만원으로 정점을 찍지만 소비는 1774만원에 그친 덕분이다. 2015년보다 최대 흑자를 기록하는 나이가 2년 앞당겨졌다.
 
59세 이후로는 줄곧 적자가 늘어난다. 59세에 노동소득은 1776만원으로 줄어들지만 소비는 1855만원으로 늘어나 적자는 79만원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2.7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후 23~24년간 ‘마이너스’ 인생을 이어간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일반적으로 소비의 원천은 노동 소득 외에도 자본 소득, 이전 소득 등이 있지만 국민 이전계정에서는 노동소득만을 고려했다”며 “생애주기별로 노동소득보다는 소비가 큰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간 보건·기타 소비는 32세에서 1인당 1508만원으로 최대를 각각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198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인스학파의 석학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라이프사이클 가설’과 상통한다. 소비는 전 생애에 걸쳐 일정하거나 혹은 서서히 증가하는 경향을 띤다. 반면에 소득은 일반적으로 중년기에 가장 높고 유년기·노년기에는 낮다. 당연히 저축률은 중년기에 높고 유년기·노년기에 낮다. 모딜리아니는 소비가 현재 소득이나 자산뿐 아니라 남은 생애 동안 기대되는 미래 소득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이전계정은 올해 1월 처음 발표한 국가 통계다. 민간 소득과 정부 재정 등이 세대별로 어떻게 이전·배분되는지, 소득과 소비는 어떤 연령에서 얼마나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재분배 지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연금 납부액과 수령액, 공교육비 부담 등 정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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