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검찰 비판하더니 ‘타다 금지법’…여당 두 얼굴

중앙일보 2019.12.10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우리도 압니다. 타다 문제에선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국회 국토위 소속 여당 관계자
“1만표보다 확실한 100표에 민감
앞뒤 안 맞아도 총선 때문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여당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지난 10월 검찰이 타다를 기소할 당시 검찰에 비판을 쏟아내던 당정이 지금은 왜 국토위에서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이 관계자는 “의원들은 안 보이는 1만 표보다 확실한 100표에 움직인다”며 “지역구 택시기사 100명만 돌아서도 그 가족까지 400표다. 의원들은 딱 그 차이로 낙선할까 벌벌 떤다”고 말했다. 앞뒤가 안 맞아도 총선이 코앞이니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이다.
 
국회 국토위는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지난 5일과 6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택시 차고지가 밀집된 서울 중랑구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총대를 멨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도 국회에서 “타다와 택시 모두를 위한 법안이라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타다는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과 항만일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재웅 쏘카(타다의 모회사) 대표는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 타다를 운영할 수 없다.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타다의 불법성 여부는 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논쟁적인 문제다. 타다가 기존 여객운수법 예외조항의 취지를 잠탈해 ‘면허 없는 택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은 그런 이유로 타다를 기소했다.
 
하지만 타다를 기소한 검찰을 비판하던 당정이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타다 금지법’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집권 여당이라면 최소한 주요 사회적 현안에 대해 정책 일관성은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검찰이 타다 경영진을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을 당시 당정은 검찰을 매섭게 비판했다. 당시 검찰의 조국 수사로 수세에 몰린 정부 입장에선 반격의 기회를 잡은 듯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고 했고, 타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검찰이 너무 성급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제3정책조정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AI강국을 만들겠다고 역설한 그날 검찰이 찬물을 끼얹는 결정을 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랬던 당정이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타다 금지법’을 꺼내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위 소속 야당 의원은 “우리도 반대할 처지는 못되지만 이런 집권당의 모습엔 헛웃음만 나온다. 결국 표 때문일 것”이라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런 정부의 모습에 “앞뒤가 안 맞지만 예상을 벗어나지도 않는 행보”란 반응을 보였다. 복수의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검찰이 정부 대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대신 달아준 셈이었다”며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정부의 입장이 몇개월만에 정반대로 바뀌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가가 혁신을 꿈꿀 수 있겠나”며 “정부가 갈등 해결의 잘못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타다와 같은 사회적 쟁점을 허공에 올려놓고 시간만 보내는 정부의 모습 그 하나는 참 일관된 것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