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트렌드] 동물보호 선진국 수준 펫보험 개발, 보험사·가입자 함께 웃어야

중앙일보 2019.12.10 00:02 2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강아지, 비행기 타는 고양이.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죠.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 알레르기, 물림 사고, 질병 등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습니다. 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미흡하기만 합니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이러한 갈등과 고민을 주제로 사람과 반려동물의 평화로운 공존법을 고민해볼 계획입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의 효용성’입니다. 
 

반려동물과 동거 안녕하신가요? - ⑦ 펫보험

 # 유기견 세 마리를 키우는 김유빈(40)씨는 요즘 ‘반다리’의 의료비가 많이 들어 걱정이 크다. 3년 전 자궁적출술과 방광염 수술을 한꺼번에 받느라 100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이후 ‘피가 모자라다’는 판정을 받아 두 차례 수혈을 하느라 수백만원이 더 들었다. 김씨는“수혈 후에도 통원 치료, 약값으로 매달 수십만원씩 지출했다”고 토로했다.
 
애견(묘)인이라면 동물병원에서 청구된 진료비에 가슴 쿵쾅거린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가벼운 감기, 장염에도 수만원을 내야 하는데 병이라도 나면 수백만~수천만 원을 각오해야 한다. ‘의료보험’이 없는 동물은 진료비 전액을 오롯이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펫보험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애견(묘)인이 적지 않다. 펫보험의 수요가 넘쳐나자 우리나라에선 2008년부터 현대해상·LIG 등이 펫보험 상품을 본격 출시·판매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보험개발원의 ‘반려동물보험 운영사례와 시장전략’(2018)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펫보험 가입률은 0.02%로 스웨덴(40%)·영국(25%)·일본(6%)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보장 실효성 낮아 가입률 0.2% 불과

펫보험이 필요하지만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애견(묘)인들은 ‘보장 범위가 적고 가입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상품 약관엔 국내 반려견이 많이 앓는 슬개골 질환이나 피부·구강 관련 질환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또 가입할 수 있는 나이는 6~7세로 제한한다. 개의 수명이 평균 15년인 것을 감안하면 병치레가 시작될 나이엔 보험을 들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2010년께 펫보험들이 실적 저조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재정비를 마치고 2012년부터 다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보다 일찌감치 펫보험 대중화에 나선 해외 국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애니콤 손해보험은 펫보험상품을 출시하자마자 동물병원과 제휴를 통해 합리적인 보험료 산출에 힘썼다. 이 밖에도 보험금 자동전산 시스템 등을 활용해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했고 수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시 과잉 진료, 과다·부정청구를 적발해 손해율 악화를 방지한다. 캐나다 또한 동물병원을 이용한 보험판매, 청구직불제 등의 전략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1924년 세계최초로 반려견 보험을 판매한 스웨덴 보험사 아그리아는 진료비 보장을 넘어 양육 정보를 제공하고 멤버십 카드를 운용하는 등 고객관계관리로 애견(묘)인을 사로잡았다.
 
 

표준수가 마련, 과잉진료 방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최근 국내 펫보험시장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간 보장이 되지 않았던 주요 질환(슬개골 탈구, 피부 질환, 구강 질환 등)을 지원하고 가입 연령도 높였다. 한화손해보험의 ‘펫플러스’는 7세(동물병원 정기검진 조건시 10세),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와 DB손해보험 ‘아이러브펫보험’은 8세까지 가입할 수있다. 여기에 메리츠 화재와 DB손해보험은 한번 가입하면 20세까지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메리츠화재·DB손해보험·삼성화재 등에선 보험의 갱신 주기를 기존 1년(매년 보험료 증가)었던 데서 3년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등록비율 저조, 표준수가 부재, 진료비 통계 이용의 한계 등의 숙제가 남아 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동물의 얼굴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 한개를 여러 동물이 돌려 쓰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정부에서는 동물등록을 의무화하고 동물병원 진료비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도입을 목표로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애견(묘)인이 마음놓고 동물병원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앞당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다음 주제는 ‘펫이코노미의 명암’입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