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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자주국방 옥죄는 사슬 끊을 기회로

중앙일보 2019.12.09 00:15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육군협회연구소장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육군협회연구소장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생존 전략과 연계한 미래지향적 타결을 이뤄야만 한다. 국민에게 뭔가를 보여주거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셈법을 위해 협상의 판을 깨는 것은 동맹을 훼손하는 근시안적 판단이다. 올바른 협상 전략이 그래서 필수적이다.
 

사거리 800㎞로 묶인 미사일지침
핵잠 개발 막는 협정 등 폐기해야

첫째, 분담금 규모 문제다. 현재 우리가 적용 중인 총괄 비용 분담 방식의 ‘총액형’으로 할지, 사안별 소요에 따른 비용분담 방식으로 일본이 적용하고 있는 ‘소요형’으로 할지 정한 뒤 협상전략을 짜야 한다. 소요형으로 바꿀 경우 준전시체제라는 한반도 특수 상황을 고려할 때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소지가 크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한반도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비용을 한국에 요구한 적이 있다. 미국이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추가 분담금을 요구한다면 방위비 증액을 억제하는데 불리해진다. 총액형으로 하되 합리성·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둘째, 분담금 운용 방식이다. 합리성·투명성·책임성에 기반한 분담 체계 구축과 분담금 집행에 대한 한국의 주도성을 확대해야 한다. 총액형으로 하더라도 분담금 소요 근거를 합리적으로 평가·검증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현금보다는 현물 지원으로 전환해 투명성을 높이고, 집행액의 80% 이상은 국내 경제에 환원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분담금 규모와 운용 방식을 기초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협상안이 필요하다. 미국이 제시하는 규모의 방위비를 그대로 올려 줄 수는 없으니 미국산 무기 구매와 연계하는 방식을 미국에 제시하는 것이다. 또 10~20년 장기 목표 연도에 따라 2조~3조원의 최종 비용을 정한 후, 매년 소비자물가 지수와 우리 국방비 증액율에 근거하여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연계해 최소비용으로 안보를 편승해온 측면도 있다. 그러다보니 자주국방 목소리를 국익 차원에서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협상을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먼저, 한·미 미사일지침은 완전 폐기돼야 한다. 탄두 중량 500㎏ 제한은 풀렸지만, 사거리는 800㎞로 묶여 있다. 또 인공위성 발사시 고체 연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우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 일본은 고체 연료 사용을 통제하지 않으면서 한국만 통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둘째, 군사용 핵연료 사용을 금지한 한·미협정을 폐기해야 한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 협정 때문에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체 개발이 불가능하다.
 
셋째, 북한 비핵화 실패 시 ‘플랜 B’ 차원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미국 국방대학은 지난 7월 한·미·일이 미국 전술핵을 공유하는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처럼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전제로, 한국의 F-35 전투기나 잠수함에 미국 전술핵을 탑재·공유함으로써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적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원전 강국이지만, 이 협정 때문에 우리 손으로 우라늄 연료봉 하나도 못 만들고 핵연료도 재처리를 하지 못해 임시 저장만 하고 있다. 일본은 농축·재처리 권한이 있는데, 우리에겐 없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한국 안보에 도전이다. 우리가 응전을 잘 한다면 분담금 인상 이상의 안보 가치와 자주적 생존 전략의 실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자주국방을 원한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치밀한 국가생존 전략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육군협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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