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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 압도한 U2, 그 뒤엔 40년 함께한 스태프

중앙일보 2019.12.09 00:03 종합 25면 지면보기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가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결성 43년 만의 첫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가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결성 43년 만의 첫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록밴드 U2의 첫 내한공연은 시작부터 엄청난 집중력을 자랑했다. 래리 멀린 주니어(드럼)을 시작으로 어둠 속에서 등장한 애덤 클레이턴(베이스), 디 에지(기타), 보노(보컬)는 첫 곡부터 돌출무대로 향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2만8000여 관객들은 품속으로 들어온 U2를 엄청난 함성으로 맞았다. 1976년 아일랜드에서 결성된 지 4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들의 무대를 두 눈에 담는 것은 음악 팬들의 숙원이었기 때문이다. 보노는 관객들의 마음을 읽은 듯 “한국에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남과 북의 평화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조슈아 트리’ 투어로 첫 내한 공연
공연 장비만 화물기 3대 분량
오디오 디렉터 등 관록파 스태프
초반부터 경이적인 사운드 구현
보컬 보노 “남과 북의 평화 기원”

이번 공연은 1987년 발매된 정규 5집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는 투어의 일환이다. 미국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등 광활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으로 U2를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올린 일등공신이다.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와 ‘아이 스틸 해븐트 파운드 왓 아임 루킹 포(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가 차례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하면서 ‘올해의 앨범’을 시작으로 그래미상 22회에 빛나는 상업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밴드로 만들어줬다.
 
U2의 첫 내한공연에 앞서 8일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시스템 엔지니어 조 라비치(왼쪽)와 오디오 디렉터 조 오헐리히. 장진영 기자

U2의 첫 내한공연에 앞서 8일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시스템 엔지니어 조 라비치(왼쪽)와 오디오 디렉터 조 오헐리히. 장진영 기자

‘조슈아 트리 투어 2017’로 6개월간 51회 공연을 통해 270만명을 동원하며 월드투어 역사를 새로 쓴 이들은 호주와 아시아 팬들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달 투어를 재개했다. 15회 추가 공연 중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필리핀·인도 등 모두 처음 찾는 곳이다.
 
베이시스트 애덤 클레이턴은 공연 주최사 MBC와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시절 만난 우리가 14개나 되는 앨범을 발매하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국에서 우리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클레이턴을 비롯해 보노, 디 에지, 래리 멀린 주니어 등 U2의 멤버는 한 차례의 교체도 없이 팀을 유지해 오고 있다.
 
앨범명이자 투어명인 ‘조슈아 트리’를 형성화한 무대 세트.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앨범명이자 투어명인 ‘조슈아 트리’를 형성화한 무대 세트.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광활한 자연을 담은 영상을 통해 색다른 무대 경험을 선사했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광활한 자연을 담은 영상을 통해 색다른 무대 경험을 선사했다.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번 투어를 위해 공수된 장비 역시 역대급이다. 화물 전세기 3대 분량의 장비와 150명의 스태프가 함께 내한했다. 가로 61m, 세로 14m의 초대형 8K 해상도 LED 스크린은 공연 내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조슈아 트리를 아로새긴 스크린은 다양한 영상을 통해 관객들을 노래 속 시공간으로 인도했다. ‘조슈아 트리’ 앨범 수록곡 11곡을 포함 25곡이 흐르는 동안만큼은 서울 시내 한복판이 아닌 광활한 대자연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공연 시작 전 리허설 현장에서 단독으로 만난 오디오 디렉터 조 오헐리히는 “공연장마다 환경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 U2 공연을 보든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1978년 U2와 처음 만나 모든 투어에 동행하고 있는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엔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다”며 “공연장 곳곳에 딜레이 타워를 설치해 전후좌우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를 조정함으로써 어느 좌석에서든 균등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U2는 지난해 9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공연에서 조 오헐리히와 만난 지 40년을 기념하는 헌정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헐리히는 “U2는 멤버별로 모니터 엔지니어가 따로 있을 뿐만 아니라 콘솔도 백업을 위해 2대를 동시에 작동하는 등 음향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인다”며 “나뿐만 아니라 시스템 엔지니어 조 라비치처럼 오래된 스태프가 많아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어 도중 태어난 아들딸이 자라 각각 비디오 프로바이더와 투어 매니저로 함께 일하는 것을 보면서 지난 세월을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U2 공연으로 한국 공연 시장의 눈높이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U2의 가장 큰 강점은 공연에서 보여주는 에너지와 완성도인데 장대한 사운드에 압도당했다”며 “이후 국내 공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2는 공연 때마다 던지는 지역 맞춤형 평화 메시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리더 보노는 빈곤·질병 퇴치 캠페인 기구 ‘원(ONE)’을 설립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르기도 했다. 보노는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평화 관련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동족 간 유혈 분쟁을 겪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분단국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턴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과 아일랜드의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두 개의 국가로 나뉘게 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경계선을 없애기 위해 지적이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이 양쪽의 입장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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