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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우풍’의 정체

중앙일보 2019.12.09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온돌은 매력적이다. 뜨듯한 아랫목에 등허리를 대고 누우면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난방 방식이란 말에 공감하게 된다. 단점도 있다. 뜨끈뜨끈한 방바닥과 달리 콧등이 시려 오기도 한다.
 
온돌방에서 극과 극의 체험을 하게 되는 이유로 ‘우풍’을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낡고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우풍이 심한 편이에요” “시골에 있는 우리 할머니 댁은 방바닥은 절절 끓는데 우풍 때문에 이불에 코를 파묻지 않을 수 없다”와 같이 표현하곤 한다. 구옥이나 시골집에서 느끼는 이런 냉기를 이를 때는 ‘웃풍’이라고 해야 바르다.
 
‘우풍’이란 단어는 없다. 겨울에 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찬 기운을 가리키는 말은 ‘웃풍’이다. ‘웃바람’이라고 표현해도 된다.
 
‘웃바람’을 ‘윗바람’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윗바람’은 물의 상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연을 날릴 때 서풍을 이르는 말이다.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연을 날릴 때 동풍을 일컫는 말인 ‘아랫바람’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외풍(外風)’이란 말도 혼동하기 쉽다. 한자 뜻 그대로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가리킨다. “겨울밤이면 세찬 외풍에 문풍지가 부르르 떨리는 소리가 났다” “벌어진 출입문 틈 사이로 외풍이 들어와 실내 온도를 떨어뜨린다”처럼 사용한다. 찢어진 방문에 문풍지를 바르고 창문 틈을 메워서 막으려는 것은 ‘외풍’이다. 외풍 가운데 아주 세찬 바람, 즉 좁은 틈으로 세게 불어 드는 바람을 ‘황소바람’이라고 부른다.
 
외풍은 찬 바람, 웃풍은 찬 기운이라고 생각하면 헷갈릴 염려가 없다. ‘우풍’은 잘못된 표기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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