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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의 사교 무대, 따끈한 스콘 곁들인 티 타임

중앙일보 2019.12.08 15:00

[더,오래]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7)  

스콘과 함께하는 오후 시간의 티 타임. [사진 밀로베이킹 스튜디오]

스콘과 함께하는 오후 시간의 티 타임. [사진 밀로베이킹 스튜디오]

 
영국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는 오후 시간에 차와 여러 가지 디저트 맛보며 즐기는 이 잠깐의 여유시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애프터눈 티만큼 삶에서 기분 좋은 의식이 있을까(There are few hours in life more agreeable than the ceremony known as afternoon tea).”
 
‘오후의 차’를 뜻하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영국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본질적이면서도 영국스러운 문화 중 하나입니다. 영국인 한 사람당 일 년에 약 900잔 이상을 소비할 만큼 티에 대한 사랑이 엄청납니다. 영국 사람들은 특히 홍차(Black tea)를 즐겨 마시는데, 이러한 문화는 17~19세기 사이에 영국의 사회, 정치, 경제적 분야 모두에 영향을 미치며 더욱 퍼졌습니다.
 
1840년대에 본격적으로 영국에 도입된 애프터눈 티 문화는 베드퍼드 7대 공작부인이었던 안나 마리아에 의해 시작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보통 12시에 점심을 먹고 8시에 늦은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오후 시간에 출출함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낀 안나가 저녁 식사 전 간단한 디저트와 함께 차를 마셨습니다. 이러한 티타임 시간 동안 지인을 초대하고 사교 모임을 갖게 되면서 점점 부유함의 상징이자, 격식을 갖춘 세련된 형태의 사교 행사가 됐습니다.
 
이후 19세기부터 애프터눈 티 문화는 맥주보다 티의 가격이 더욱 저렴해지면서 노동자 계층에서도 출출한 간식 시간에 음료처럼 쉽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티백 형태의 티와 가벼운 스낵의 형태로 확산 되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사교 활동을 넘어 여유를 즐기는 휴식의 의미로 영국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영국의 과거 애프터눈 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로는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오만과 편견’이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애프터눈 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 '오만과 편견' 중에서.

18세기 영국의 애프터눈 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 '오만과 편견' 중에서.

 
티 애호가였던 제인 오스틴이 쓴 대부분의 소설에서 티 타임을 갖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보통 오후 4~5시 사이에 펼쳐지는 애프터눈 티는 소설과 영화 속에서도 장면을 전환할 때 구체적인 시간을 표현하는 대신, 인물들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거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적 요소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When the tea-things were removed, and the card-tables placed"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중에서)
"tea was over, and the instrument in preparation" (에마’Emma’ 중에서)
"Mr. Woodhouse was soon ready for his tea; and when he had drank his tea he was quite ready to go home" (에마’Emma’ 중에서) 
-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티 타임, 혹은 티 타임

 
따뜻한 티와 함께 친구들과 터놓는 이야기들은 영국 사람들의 정서를 형성하였으며, 이러한 형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는 영화 '오만과 편견' 속 대사.

따뜻한 티와 함께 친구들과 터놓는 이야기들은 영국 사람들의 정서를 형성하였으며, 이러한 형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는 영화 '오만과 편견' 속 대사.

 
영화에서는 애프터눈 티가 귀족 혹은 부유계층만이 즐기는 사치스럽거나 격식이 있는 의식이 아니라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티와 디저트라는 따뜻하고 달콤한 소재를 통해서 마음을 내려놓고 오픈 하는 창구로도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프터눈 티와 함께 제공되는 3단 트레이에는 아래부터 순서대로 먹을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다. [그림 밀로베이킹 스튜디오]

애프터눈 티와 함께 제공되는 3단 트레이에는 아래부터 순서대로 먹을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다. [그림 밀로베이킹 스튜디오]

 
애프터눈 티 세트는 기본적으로 3단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코스는 세이보리(savory)라고 부르는 짭짤한 맛이 나는 미니 샌드위치 종류가 제공됩니다. 샌드위치의 속 재료로는 오이, 계란, 훈연한 연어 등의 재료가 다양하게 사용되며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작게 슬라이스하여 원 바이트 샌드위치(one bite sandwich)로도 불립니다.
 
두 번째 코스는 스콘과 잼 그리고 크림이 제공됩니다. 잼은 주로 딸기잼이나 오렌지 마멀레이드 등의 새콤하고 달콤한 잼이 함께 나오며 영국 남서부 지방에서 우유로 만든 스프레드 타입의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을 스콘과 함께 곁들어 먹을 수 있도록 제공됩니다. 영국에서는 잼이 먼저 바를지, 크림을 먼저 바를지를 두고 토론을 벌일 정도로 스콘과 함께 먹는 잼과 크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남다릅니다. 
 
세 번째 코스는 미니 사이즈의 컵케이크나 마카롱, 무스케이크 등의 디저트들로 마지막을 달콤하게 장식합니다.  
 
하나하나 먹기 아까울 만큼 정성이 느껴지는 스케치의 애프터눈 티 세트.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하나하나 먹기 아까울 만큼 정성이 느껴지는 스케치의 애프터눈 티 세트.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런던의 Conduit street에 위치한 애프터눈 티 레스토랑 ‘스케치(Sketch)’에서의 애프터눈 티 타임은 영국 유학 시절 중에서도 가장 달콤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시간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지역의 오크통에서 시그니처로 생산한 달콤한 스파클링 그레이프 주스와 스콘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깨끗한 천으로 감싸서 나오는 정성, 모양도 맛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부드러웠던 세이보리 샌드위치들, 그리고 몇 겹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맛을 품고 있는 미니 케이크 종류들은 즐거움을 넘어 애프터눈 티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체험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유학시절 함께했던 친한 언니와의 마지막 식사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스케치의 정성스러운 애프터눈 티 세트는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잊지 못할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애프터눈 티 타임에서 특히 많은 사람들에 사랑 받는 디저트는 바로 ‘스콘(scones)’입니다. 1500년대 초,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등장한 스콘은 퀵 브레드에 속하며 원래 통밀이나 귀리 등을 넣고 비스킷과 같은 페이스트리 타입의 반죽으로 만들어 먹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스콘은 18세기 트랜드 세터(trend setter, 유행의 선도자)였던 안나 마리아가 가장 좋아했던 비스킷으로 그녀의 애프터눈 티 타임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그 문화가 현재까지도 이어져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하면 따끈따끈한 스콘이 함께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스케치만큼 거창하진 않지만,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애프터눈 티 타임을 위해 통밀 스콘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통밀로 만들어 더욱 고소하면서도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포만감이 높아 건강,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콘 반죽에 발효종을 넣고 하룻밤 냉장숙성을 한 뒤에 먹게 되면 통밀의 좋은 영양소의 소화 흡수를 더욱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효종 스콘으로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보세요.
 
천연발효 통밀 스콘 만들기
▶ 통밀 스콘 레시피
통밀 226g
중앙이 쩍 갈라지는 모습이 매력적인 통밀 스콘.

중앙이 쩍 갈라지는 모습이 매력적인 통밀 스콘.

발효 버터(차갑게) 90g
우유(차갑게) 60g
발효종 100g
유기농 설탕 80g
소금 2g
호두분태 20g
 
*준비사항 - 버터는 1cm 크기의 큐브 형태로 잘라서 차갑게 보관한다. 우유도 차가운 상태에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어 사용한다.
*계란 물칠 - 계란 노른자 1개 18g+우유 10g
 
 
 
▶ 스콘 만들기 순서
▷반죽 하기
1. 호두를 180도 약 5~6분간 구워 준 후 식혀줍니다.  
우효영 스콘4

우효영 스콘4

 
2. 볼에 통밀, 설탕, 소금을 넣고 섞어줍니다.
3. 차가운 버터를 큐브 형태로 잘라 2에 넣고 스크래퍼로 다지듯이 섞어줍니다.
4. 3의 반죽 중앙에 홈을 파주고 그 속에 우유와 발효종을 섞어 넣어준 뒤, 가루재료를 덮어주듯이 섞어줍니다.
3절 접기 과정을 통해 스콘의결이 생기는 것을 도와줍니다.

3절 접기 과정을 통해 스콘의결이 생기는 것을 도와줍니다.

 
5. 반죽이 한 덩이가 되면 작업대 위에 덧 가루를 뿌려 반죽을 놓습니다.
6. 밀대로 밀어주며 반죽이 직사각형이 되도록 밀어줍니다.
7. 반죽을 밀대길이의 80%정도까지 밀어준 후 반죽의 1/3씩 위, 아래로 접어줍니다.(3절 접기)
8. 반죽을 2.5cm 높이로 정리해주고 냉장에 6시간~12시간 휴지를 시켜줍니다.
 
▷분할 및 성형하기   
스콘에 계란 물칠을 하여 구우면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스콘이 완성됩니다.

스콘에 계란 물칠을 하여 구우면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스콘이 완성됩니다.

 
9. 반죽을 쿠키커터로 찍어 냅니다.
10. 테프론 시트를 깐 팬에 15~20분 정도 실온 휴지를 해줍니다.
 
▷굽기
11. 반죽 위에 계란 물칠을 해줍니다.
12. 180도 오븐에 16~18분 구워 줍니다.
 
스콘은 3절 접기 라는 과정을 통해 결이 생기고 구울 때 중앙에 자연스러운 터짐이 발생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이 틈을 쓱싹쓱싹 갈라 마음에 드는 향의 홍차 브랜드와 함께.
 
나는 딸기잼을 먼저 바르는 게 좋은지, 클로티드 크림을 먼저 바르는 게 좋은지 행복한 고민도 잠깐 해보면서 스콘처럼 고소하고 달콤한 오후 시간을 즐겨보세요. 바쁜 일상에서 잠깐의 쉼표를 주는 애프터눈 티 타임(Afternoon tea time)과 함께, 오늘도 굳 애프터눈 Good afternoon : )
 
파티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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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영 우효영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파티쉐 필진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 5년 간의 백화점 MD 생활을 뒤로하고 르꼬르동 블루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제과·제빵사를 꿈꾸는 세계 유수의 청춘들을 만나며 '베이킹'으로 새로운 삶의 꿈과 자존을 찾게 되었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드는 빵과 디저트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으며, 베이킹 클래스와 함께 유튜브, 책 등 다양한 컨텐츠로 사람들의 삶과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의 씁쓸한 아메리카노 같은 삶에 달콤함을 더해줄 빵과 디저트의 이야기를 레시피와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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