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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홀로 시총 1402조···다 합쳐도 1384조, 코스피의 굴욕

중앙일보 2019.12.08 10:00
애플. [로이터=연합뉴스]

애플. [로이터=연합뉴스]

 애플 시가총액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미국 기업 하나가 한국 기업 대표팀보다 덩치가 커진 굴욕적인 상황이다.
 

애플 시총 1402조원 >코스피 1384조원
아이폰 부진 속 서비스 확대로 실적 개선
글로벌 트렌드에 비켜선 코스피는 부진

 8일 블룸버그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각)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1조1630조달러(1402조원·4일 원·달러 환율 1194.3원 기준)을 기록해, 코스피 시가총액인 1384조원(5일 종가 기준)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올해 코스피가 제자리걸음(연초 대비 2.52% 상승)을 하는 동안, 애플의 주가가 66%나 뛰어오른 결과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 기업의 시가총액과 코스피 전체의 시가총액을 비교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 자체가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따져봤다. 
 
 업계 전문가들과 분석해본 결과 코스피는 애플보다 ▶실적 ▶성장 동력 ▶기업 환경 ▶기대감 측면에서 부진하다고 평가받았다. 
애플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애플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①실적 : 애플 마진율 21.5%일 때 코스피 5.5%

 주가를 움직이는 다양한 조건들이 있지만 '결국 실적에 수렴한다'는 말이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올해 3분기 실적을 비교해봤다. (애플은 9월 결산 법인이라 올해 7~9월을 4분기로 보지만, 기간이 같기 때문에 편의상 3분기로 통일한다.)
 
 애플의 7~9월 매출액은 640억달러(약 75조원)로, 역대 3분기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6억달러로 3.1% 감소했지만, 시장의 예상치(152억달러)보다는 높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판매 둔화 우려가 컸지만, 애플은 올해 꾸준히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579개 대상) 3분기 매출액은 50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1조원)보다 0.5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8조원으로 무려 41.3%나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감소세다. 3분기뿐 아니라 올해 내내 부진했다. 
 
 주목해볼 것은 기업의 영업 성과와 수익성의 잣대가 되는 영업이익률이다. 3분기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21.5%로 상당히 높다. 고가 정책과 소비자의 높은 구매 충성도에 따른 것이다. 반면 코스피의 영업이익률은 5.5%에 불과하다. 지난해 3분기 9.3%에서 3.8%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기업이 물건을 팔아도 손에 쥐는 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스피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②성장동력 : 서비스 키우는 애플, 반도체만 의존하는 코스피 

 애플의 3분기 실적을 더 자세히 뜯어보면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 매출액이 상당히 줄어든 점(-9.2%)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애플의 실적이 고공 행진하는 이유는 애플뮤직, 애플페이, 앱스토어 등 서비스 매출액이 18% 이상 성장한 덕분이다. 이미 애플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닌 플랫폼 서비스 업체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큰 상황이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에 10억대 넘게 보급된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의 잠재적 서비스 고객들"이라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애플이 서비스 매출을 끌어올리기 시작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피는 여전히 '반도체'에만 의존하고 있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46조원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12조원에 달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달 15일 종가를 기준으로 코스피는 연초 대비 5.9%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오히려 1.7% 하락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를 대체할 마땅한 신산업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위기감을 키운다. 국내 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의 '2020 산업 전망 및 산업 위험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대상 산업 40개 가운데 내년에는 올해보다 업황이 좋아진다고 예측되는 산업이 하나도 없었다. 32개 산업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고, 석유화학, 소매 유통 등 8개 산업은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③기업환경 : "애플, 하고 싶은 거 다 해" vs. "경제는 버린 자식"

 경영 여건이 애플에 우호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코스피는 미·중 무역 전쟁의 간접적 영향을 받지만,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애플에는 직격탄이었다. 달러 강세도 애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애플과 코스피의 운명을 가른 건 정부 정책 기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법인세 감면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애플이 해외 자산 중 2500억달러를 미국으로 송금하고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화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때도 중국에서 생산한 애플 제품이나 애플이 필요한 중국산 부품에는 관세를 면제하거나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인들은 '경제 홀대론'을 꺼내 들며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구시대적 법과 제도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인가"라며 쓴소리를 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이슈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하고 경제 원칙에 맞는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④기대감 : 내년에도 기대되는 애플, 최악은 면할 것이란 코스피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대조된다. 애플은 내년부터 5G를 탑재할 신규 아이폰 시리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로 인한 교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주춤하던 아이폰 매출액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가 라인만 판매했던 아이폰이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코스피도 내년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최악의 국면은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것 역시 아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이익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줄었지만, 내년에는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30%가량 증액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미 그런 기대감이 코스피지수에 반영됐기 때문에 큰 폭의 지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더 멀리 내다봐도 코스피 시장은 글로벌 트렌드에서는 비켜 있다. 삼정KPMG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시가총액 톱 10 기업에는 플랫폼 기업이 7개나 차지했다.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알리바바 등이다. 지난 2009년에는 2개에 불과했다. 
 
 반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거의 그대로다. 새로 진입한 기업은 네이버와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며, 플랫폼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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