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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밤샘 배달 ‘치킨게임’…인건·포장비 눈덩이

중앙선데이 2019.12.07 00:21 664호 5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새벽배송 시장 달구는 콜드 체인

콜드체인을 통한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초기 투자와 운영비가 많이 든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하이 리턴’을 기대하며 확실한 ‘하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쿠팡·신세계 물류센터 구축 사활
마켓컬리 운반보다 포장비 많아
우유·계란·고기 주문 땐 박스 3개

쿠팡 ‘계획된 적자’ 인건비 1조
확실한 캐시 카우 없는 게 약점

콜드체인은 냉장·냉동 물류창고와 운송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올 3분기 순이익이 21억 달러(2조5000억원)로 지난해 같은기간(28억 달러)보다 28% 줄었다고 발표했다. 어닝 쇼크에 주가가 9%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800억 달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CNBC는 “지분가치 하락으로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부호 자리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게 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아마존 실적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소비 감소다. 하지만 배송 서비스 강화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의 3분기 배송 비용은 96억 달러(11조원)로 1년 전보다 46% 증가했다”며 “유료 멤버십 회원인 프라임 고객에게 1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새벽배송에 가장 적극적인 쿠팡 역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이후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던 쿠팡은 지난해 1조원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볼 전망이다. 쿠팡 측은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부른다. 로켓배송 확대를 위해 덕평과 칠곡의 메가허브를 비롯해 100여개 물류센터를 전국에 확보하고, 5000여명의 배송직원(쿠팡맨)을 고용하는데 든 비용이라는 것이다. 경기 고양에 최근 13만㎡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완공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제주도에도 물류 거점을 만들어 로켓배송을 시작할 방침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전담업체인 SSG닷컴도 서울 전지역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김포에 수도권 세번째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SSG닷컴은 물류망 강화를 위해 2021년까지 1조1313억원을 추가투자할 계획이다. SSG닷컴의 매출은 올 1분기 1765억원에서 2분기 2078억원, 3분기 2266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적자 역시 108억원에서 113억원, 23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6월 새벽배송을 도입하면서 늘어난 투자와 60억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건비 부담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야간작업이 많은 새벽배송의 특성 때문에 시간당 비용이 주간보다 1.5~2배로 들어간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1조원 가까운 인건비를 지출했다. 신선식품 비중이 높다보니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 포장비도 적지 않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은 1571억원으로 2017년(466억원)보다 세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337억원으로 세배 가까이 늘었다. 판매관리비 가운데 광고비(148억원)·운반비(149억원)보다 포장비(177억원)가 더 많이 들었다. 소비자들은 포장지 공해에 시달린다. 30대 직장인 김민수씨는 “새벽배송으로 우유 한 통, 계란 한 판, 쇠고기 한 근을 주문했더니 현관 앞에 라면박스 크기의 박스 세 개가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새벽배송 경쟁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수하고 경쟁자가 포기할때까지 버티는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정웅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쿠팡이 벤치마킹한 ‘아마존 모델’은 어느 정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면 ‘계획된 적자’ 전략이 통할 확률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마존은 쿠팡과는 달리 확실한 현금줄(캐시 카우)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2006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시작했다. 기업들이 자체 서버를 구축할 필요 없이 아마존 서버를 빌려 쓰는 서비스다. 올 3분기 AWS 매출은 90억 달러로 아마존 전체 매출(700억달러)의 13%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3억달러로 전체(32억달러)의 70%가 넘는다. AWS의 시장점유율은 40%를 넘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을 압도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콜드체인에 대한 투자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인데 물류센터와 유통망, 오프라인 상권 등을 이미 갖추고 있는 신세계·롯데 등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설 경우 쿠팡의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직매입 비중 높은 쿠팡, 카드결제 9조원 육박
쿠팡 4조4227억원, 이베이코리아(옥션·G마켓) 9811억원, 11번가 6744억원. 지난해 기준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의 매출이다. 쿠팡이 온라인 1위업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베이와 11번가 등은 온라인 장터 중심이다. 제조업체들에게 좌판을 제공하고 판매 금액의 15%안팎을 수수료로 뗀다. 이 수수료만 매출로 잡힌다. 따라서 실제 거래금액은 매출액보다 훨씬 많다. 쿠팡은 직매입 비중이 높다. 직매입은 판매만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사들여 물류센터에 저장해놨다가 소비자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로켓배송 상품은 판매대행이 아니라 직매입 형태라 판매액 전체가 매출로 잡힌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판매 비중은 90%다.
 
온라인 시장조사업체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쇼핑업체별 카드결제 금액은 이베이가 15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11번가(10조8000억원), 쿠팡(8조7000억원) 순이었다. 다만 올 상반기에는 이베이가 8조8100억원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쿠팡이 7조8400억원으로 바짝 추격했다. 쿠팡의 결제금액은 지난해 상반기(4조7900억원)보다 60%이상 증가했다. 
 
김창우·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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