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는 것보다 맛있네…곰삭은 음식 이야기

중앙선데이 2019.12.07 00:20 664호 21면 지면보기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고영 지음
포도밭출판사
 
눈치 빠른 독자라면 책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하지 않을까. 위쪽은 갈색, 속과 옆은 노란색, 아래쪽은 종이(유산지)에 싸인, 그 빵의 정확한 명칭은 ‘카스테라’인가 ‘카스텔라’인가. 뭐, 그런 내용 아닐까. 맞다. 그 얘기다. 이 책에 담긴 37편 중 한 에피소드다.
 
잠깐, 스포일링해볼까. 16세기 포르투갈인이 일본에 들어왔다. 이들이 본국에서 만들어 먹던 ‘카스텔라(castela)’가 일본에 전해진다. 일본인이 직접 만들기에 나섰다. 달걀·설탕·밀가루·꿀·조청·우유 등 재료는 다 있다. 그런데 유럽식 오븐이 없다. 챠완무시(茶碗蒸し, 일본식 달걀찜)를 만들던 대로 카스텔라를 만든다. 그 결과물은 카스텔라보다 깊은 단맛과 풍미, 찜의 여운까지 지녔다.  
 
카스텔라와 다른 ‘카스테라(カステラ)’는 이렇게 탄생했다. 저자는 이 얘기를 1718년 나온 『어전과자비전초(御前菓子秘伝抄)』라는 옛 문헌을 인용해 설명한다.
 
카스테라 외에도 저자는 냉면, 비빔밥, 국수, 김치, 빙수, 떡국, 각종 술 등 다양한 음식 얘기를 옛 문헌을 통해 풀어준다. 문헌의 스펙트럼은 멀게는 『삼국사기』부터 가깝게는 20세기 초중반 신문잡지 기사까지 폭넓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행간마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주체, 바로 사람 얘기가 있다. 예를 들어 ‘간단하게 국수나?’ 편에 보면, 예전에 국수 한 그릇을 내기 위해 들였던 품이 얼마나 만만치 않았는지 잘 나와 있다. 읽기만 해도 저자가 인용한 것처럼 “그냥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한 저자는 문헌 연구자다. 2017년부터 한 일간지에 음식 관련 글을 써왔다. 그 글을 이 책에 모았다. 옛 문헌과 관련된 책을 여럿 펴냈지만 음식 문헌에 관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래에 음식 관련 책이 많이 나온다. 한 권을 추천하라면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